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광진 Feb 18. 2021

만성적자에서 '영업현금흐름' + 혁신

미국의 새로운 현지화 전략 ②

쿠팡의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신고서에 재밌는 게 많다. 그중에 하나는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되었다는 것, 1년에 6억 1339만 달러 늘었다는 것이다. 로켓 배송을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쿠팡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만년 적자기업이다. 지금도 적자다. 그런데 현금흐름은 어떻게 플러스인가? 


이게 쿠팡에 납품하는 업체들에게 결제대금을 2개월 미뤄서 만든 플러스이다. 다시 말해서 전체 영업은 적자인데,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돈을 지급 안 해서 현금흐름을 플러스를 만든 거다. 회계장부에서 볼 수 있는 현금 창조다. 적자기업의 플러스 현금흐름을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 그 희생자들이 납품업체들, 쿠팡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이 납품 대금을 연체당하는 거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많아지면서 쿠팡 매출이 상당히 올랐다. 그런데 쿠팡은 적자구조이기 때문에 매출이 오르면, 적자폭은 더 커지게 되어있다. 그 커진 적자폭을 메우는 게 납품 대금 지급 안 함으로 메웠다. 정리하면, 쿠팡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돈을 당겨 쓰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미국식 유통기업의 전형적인 사업방식이다. 


이런 회계기법이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부채도 자산이고, 빚도 활용해서 사업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데 납품하는 중소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매출이 발생했는데, 현금 정산이 안되는 거다. 그 현금 정산으로 중소업체 인건비도 나가고, 유지비도 나가야 한다. 이게 혁신이라면 혁신인데, 회계 기법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e커머스 생태계에서 중소 납품업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혁신. 


한때 대형 마트에서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었었다. 마트에 진열시키기 위해서 단가를 낮춘 제품만 납품받는 식이여서 마찬가지로 중소업체들이 희생하고, 대형마트들이 돈을 벌었다. 그리고 1+1 할인을 무기로 재래시장들을 초토화시켰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이 있었다. 대형 자본이 골목시장을 잠식한다고. 그래서 지금은 대형마트 강제휴무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쿠팡은 학습했다. 남 품단가를 후려치는 게 아니라, 아예 지각 정산을 해서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전환시켰다. 이 모든 행위의 가치가 60조이다. 공격적 사업으로 만성적 자임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인정받은 기업가치. 추가로 김범석 의장은 작년 급여로 160억, 강한승 대표는 55억을 받아갔다. 만성적자 기업인데 보수는 상당히 많이 가져간다. 앞서 말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박탈, 그리고 회계기법의 혁신 등으로 미래가치를 인정받아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쿠팡,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박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