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나의 패션 칼럼] #1. 섹시함에 관하여
조금 더 섹시해질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
섹시(Sexy)함에 대한 고찰.
‘섹시하다’라는 말만큼 모호한 단어가 또 있을까요. 누구나 사용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뜻을 모르는 이 단어는 처음에는 매력적인 여성을 수식하는 말이었습니다. 살갗이 많이 드러난 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여성에 한정해서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섹시가 수식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는 점차 넓어졌습니다. 고양이나 사슴 같은 동물에서부터 집, 자동차 등의 사물, 심지어 누군가의 ‘뇌’까지 말입니다.
섹시한 남자, 그 알쏭달쏭한 의미.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남성도 섹시함의 대상에 포섭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선정 기준이 무엇인가?’ 하고 말입니다. 물론 박진영은 예외이지만, 오늘날 섹시하다는 표현은 노출이 잦은 남성보다는 다른 매력을 가진 남성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모 방송사 토크쇼에서 배우 이제훈을 가리켜 이구동성으로 ‘순박한 섹시미’라 칭송했던 여자패널들과 여기에 공감하지 못해 분개하던 남자패널들의 모습을 보면 말이죠.
오늘날 섹시하다는 표현은
노출이 잦은 남성보다는
다른 매력을 가진 남성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남자들도 섹시하고 싶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건 남자들도 섹시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징후를 포착한 미디어와 기업들은 그들의 욕망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 향수를 쓰면 더욱 섹시한 남자로 거듭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 향수에 말도 안 되는 마진을 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는걸 보면 남자들에게 섹시함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기분 좋은 표현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남자들에게 섹시함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기분 좋은 표현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섹시하고 싶었던 남자들, 마케팅의 노예로 전락하다.
덴마크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기업인인 마틴 린드스트롬(Matin Lindstrom)은 그의 저서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에서 이를 한 문장으로 설명합니다. “사라, 섹스하게 될 지니”. 즉 남자들은 그들의 DNA 깊숙이 각인된 정언명령-번식하라-을 실행하기 위해 기업이 출시하는 각종 ‘섹시 상품’을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이 강력한 메시지를 거부할 수 없는 우리 남성들은 오늘도 질레트 면도기로 수염을 깎고, 켈빈클라인 팬티를 입으며, 페라리 향수를 뿌립니다.
남자들은 그들의 DNA 깊숙이 각인된 정언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기업이 출시하는
각종 ‘섹시 상품’을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확실히 섹시해질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것들은 비쌉니다. 그리고 효과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저렴하면서, 보다 확실한 효과가 있는 ‘섹시해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해답을 얻기 위해 여러 개의 기사와 논문, 여성 블로그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남자가 섹시하게 느껴지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교집합을 추려냈습니다. 이제 그 놀라운 결과를 소개합니다.
1.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자.
여성들이 남성에게 처음으로 섹시함을 느끼는 순간은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찾아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바로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남자의 모습을 관찰할 때이죠. 그저 ‘어린애’로 보이던 철없는 남성이, 자기가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남자로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옴을 감지하는데, 이것이 섹시함이라고 할 수 있겠죠. 비슷한 맥락으로 일에 집중하는 남성의 모습이나 어떤 분야에 능통한 모습에서도 섹시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가급적 셔츠의 소매는 걷어 올려진 것이 좋겠죠.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남자로 느끼게 된다.
2. 헤어스타일을 바꿔보자.
여러분이 1년 365일 댄디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장그래 사원이었다면 이제는 시원하게 이마를 까 볼 때입니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남자들이 어느 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타났을 때 섹시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평소 남성적인 리젠트나 모히칸 스타일을 유지하고 계셨다면 차분한 댄디컷이나 가르마 스타일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죠. 단, 이것은 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한 스타일을 고수한 남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므로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헤어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라이더 자켓과 블레이저를 잘 골라 입는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지겠죠?
여성들은 남자들이 어느 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타났을 때 섹시함을 느낍니다.
3. 스웨터를 입자.
당신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이거나 변화할 용기가 없다면 스웨터를 입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니트 스웨터를 입은 남성의 어깨와 손목에서 섹시함을 보았다고 답했거든요. 실제로 한 남성 패션지의 니트 스웨터에 관한 특집 기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는데, 두꺼운 니트 짜임 밖으로 드러나는 몸의 실루엣과 소매 밑에서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을 하는 손목은 당장이라도 그 스웨터를 벗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스웨터를 입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체형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적절한 핏의 니트 스웨터는 너무 슬림하지도, 너무 펑퍼짐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목선을 타고 흐르는 몸의 실루엣이 어깨와 삼각근에 다다라 최고조가 되는데 이 때 선이 매끄럽도록 니트의 어깨와 팔통은 탄탄하고 슬림해야 하며, 옆구리와 뱃살을 숨겨주기 위해 몸통은 적절히 여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몸에 딱 맞는 니트 스웨터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운 좋게 찾아낸다고 해도 원단의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피부톤과 맞지 않는 컬러 때문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당연히 섹시와는 거리가 멀어지죠. 해결책은 두 가지 입니다. 백화점 남성 의류 코너에서 수십 만원을 주고 중국산 OEM 제품을 구매하거나,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소개하는 HG를 방문하거나.
물론 섹시함은 단순히 특정한 행동이나 스타일링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섹시해 보이고 싶어서 하는 작위적인 행동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고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는 진지한 태도일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후줄근한 트레이닝 복을 입고 하는 것과, 여러분의 몸에 딱 맞는 니트 스웨터를 입고 하는 것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나이는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다가오는 봄날에는 달라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수학문제를 풀어볼까요? 니트 스웨터의 소매는 한껏 걷어붙이고 말이에요.
by CL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