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작가 Apr 28. 2017

패션에선 조금 다른 의미


  어떤 일을 실제로 하는 것과 하는 척하는 것 사이에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연기자들이 몰입력을 높이기 위해 '메소드 연기'를 펼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실제 상황을 강조하는 것은 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부하는 척하면서 앉아만 있는 학생들이 한 시간 바짝 집중해서 공부하는 우등생들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런데 패션에서만큼은 수박 겉핥기 식 척이 먹힐 때가 있다. 아니, 사실 그게 낫다. 진짜의 영역으로 들어갈수록 룩이 너무 과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밀리터리 룩을 지향한다고 해서 진짜 워커에 건빵바지와 M-65야상 재킷을 매치한다면 그건 밀리터리 룩이라기보다는 진짜 군인의상이 되고 말 것이다. 영국 고전 클래식 룩을 순도 100%로 적용한다면 복잡한 복식 예절과 불편한 바지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패션은 항상 오늘날에 맞게 과거의 스타일을 재해석하고 필요한 요소만을 취사선택한다. 사파리 재킷을 슬쩍 걸침으로써 와일드한 밀리터리 룩의 맛을 첨가하고, 잘 재단된 슬렉스 팬츠를 입음으로써 영국 신사의 멋을 느껴볼 뿐이다. 비록 척에 불과하지만 진짜보다 더 멋있는 것, 그것이 오묘한 패션의 세계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멋쟁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그 척의 정도를 잘 조절하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런 센스를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다. 다만 자신을 잠깐 내려놓고 용기 내어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봄으로써 척하는 데 익숙해진 것일 뿐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패션에서는 척쟁이가 되어도 괜찮다. 그러니 용기 내어 시도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루즈핏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