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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May 02. 2017

패션 진화론

클래식을 입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


  유기체는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한다. 자연 선택에 의해 생존에 적합한 개체는 살아남고, 생존에 불리한 개체는 점차 도태되어 사라진다. 찰스 다윈은 이를 '적자생존의 원리'라 칭하였고 현대 생물학의 근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


  리처드 도킨스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생물체가 아닌 '문화' 역시 하나의 유기체처럼 진화하며 적자생존을 통해 진화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생물체의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요소를 밈(meme)이라고 명명하였다. 밈의 복제를 통해 문화는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의 사교 문화는 '티타임'이라는 밈의 복제를 통해 오늘날 미팅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패션은 어떨까? 특정한 요소의 모방으로 전래되는 패션 역시 진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유 없이 반항하던 제임스 딘을 따라 입은 청바지는 하나의 밈이 되어 청년들의 패션으로 진화했고, 영국의 황실에서 입던 근무복은 오늘날 거의 모든 직장인들의 공식 패션인 정장으로 진화했다. 즉 패션 역시 하나의 유기체처럼 진화하는 것이다.
  

청바지 브랜드의 대명사 리바이스(Levis)


  그런데 진화에는 반드시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는 물이 바위를 깎아 내는 것처럼 불필요한 요소를 도태시킨다. 남성 패션 역시 오랜 시간을 거치며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미국 광산 노동자의 옷이었던 데님 팬츠는 편하고 튼튼한 성질만 남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면서 오늘날 가장 많이 입는 패션의 한 장르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허리에 굵은 체인이 달리거나 재봉선이 돌아가는 등의 돌연변이가 출현했지만 이내 도태되어 사라졌다.


장교들의 옷이었던 트렌치코트


  다만 유기체의 진화와 패션의 진화에는 방향성의 차이가 있다. 유기체는 언제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실용적인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지는 반면, 패션은 반드시 실용적인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8세기 영국인들이 입었던 코트의 티켓 포켓이나 트렌치코트의 견장 디테일은 더 이상 필요 없지만 여전히 남아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유의 디자인 요소가 남아 있는 현대의 트렌치코트


  패션의 진화는 실용성이 아닌 멋을 오히려 그 지향점으로 한다. 멋이란 무엇이라고 명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호한 방향을 향해 패션은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한다. 그 과정에서 유행이라는 돌연변이가 탄생하는데 대부분은 사라진다. 그래서 패션에 문외한인 사람은 패션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클래식 패션은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오래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멋스럽지 않은 요소는 퇴화하고 멋스러운 것만 남았다. 즉 다시 말하면, 패션 진화의 논리에 따르면 클래식은 멋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해졌다. 패션의 밈(meme)들, 즉 클래식 아이템으로 옷장을 채워가는 것이다. 당연히 멋은 보장된다. 얼마나 손쉬운가? 굳이 최신 트렌드와 유행이라는 돌연변이들을 따르느라 목매지 않아도 멋져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지루한 논의의 결론. 클래식을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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