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색깔
보통의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나는 무채색을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블랙(Black)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검은색이 주는 차분하고 안정된 느낌이 좋아서일까, 뭔가를 살 때면 무의식적으로 검은색 제품을 고르곤 한다. 검은색 가방, 검은색 시계, 검은색 구두, 검은색 의자... 그러다 보니 옷장을 열면 참 우중충하기 그지없다. 니트고 바지고 재킷이고 할 것 없이 죄다 톤만 조금씩 다른 블랙 제품들이다. 기껏해야 가끔씩 네이비가 섞여 있는 정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밝은 색 옷을 새로 구입해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드는 요즘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홀로 '검은 학'으로 남아있기가 뭣하니까. 그러고선 또 헬로우젠틀의 검정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는 내가 있겠지만..
사실 필자가 검은색을 선호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격이 반영되었을 여지가 크다고 본다. 원체 신중하고 나서기를 꺼려하는 성격에 말 수도 적으니 '튀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 편으론 인정받고 싶고 '은근히' 나대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마음이 검정을 고르게 하는 것 아닐까? 블랙은 차분하고 신중하며,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튀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세련되었으니까.
이러한 블랙 컬러의 '나대지 않으면서 가장 돋보이는' 속성을 일찍이 통감했던 많은 패션 거장들은 검은색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칼 라거펠트는 "블랙 없이는 샤넬도 없다.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했고, 도나 카란은 "검정은 완전한 색이며, 언제나 섹시하다"라고 했다.
그리하여 고하노니 만국의 젠틀맨들이여 단결하라! 우리가 잃을 것은 돈이요, 얻을 것은 블랙-섹시다.
by C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