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작가 Apr 24. 2017

세우는 남자

칼라(collar)에 대한 잡상

  

  남자는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이다. 빌딩도 세우고 회사도 세우고  위신도 세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세우기 좋아하는 것은 바로 '깃'이다. 영어로는 칼라(collar)라고도 한다. 편의상 카라라고 발음하지만. 카라티부터 셔츠, 코트, 점퍼 칼라까지 세운다. 심지어 블레이저의 칼라를 세우고 다니는 남자를 본 적도 있다. 고고한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학 같았다.

  대체 왜 칼라를 세우지 못해 안달인걸까. '바람을 막기 위해서'라는 실용성의 연유일까? 하지만 비비안웨스트우드(Vivian Westwood) 와이드칼라 정도가 아니면 별로 실효성은 없을 듯하다. 아니면 빅뱅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하지만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가 히트 치기 이전에도 깃을 세운 남자들은 꽤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원래 칼라는 세우는 용도로 만들어 진 것이라서? 아쉽게도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은 더욱 명백히 'No'다.

  사실 이유는 단순하다. 멋있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필자도 세우는 남자 중 한 명이다. 간지나지 않는가? 날카롭게 선 칼라의 날과 우수에 젖은 눈빛. 언젠가 만화에서 본 것도 같고,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한. 그런 캐릭터들은 대개 먼치킨이었다. '히무라 켄신'의 사부 '히코 세이쥬로'가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칼라를 세우는 것이 중2병의 한 증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뭐 어때. 내가 만족스러우면 됐지. 올 해 키워드도 YOLO라 하지 않았던가. 비록 사기캐가 될 순 없어도 기분만이라도 느껴보자. 아, 하지만 소개팅자리에선 절대 안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칼라에 손을 대지 말 것. 뒷 면에 알파벳 문구가 씌여진 피케 셔츠라면 더더욱!


작가의 이전글 마성의 컬러, 검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