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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Apr 24. 2017

동대문 보물찾기

헬로우젠틀이 대신 해드립니다

  


  옷 입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동대문에 대해선 한 번쯤 들어보게 된다. 우리나라 패션의 메카이자 도소매 업자들의 집성촌 같은 느낌의 동대문은 언제나 옷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필자도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상경하여 동대문 밀리오레를 방문한 기억이 있다. 나이도 어렸고 옷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때라 소매상인들의 눈에는 맛있는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강매'에 가까운 쇼핑을 하고 돌아온 나는 동대문에 대해 몹시 나쁜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로 옷을 살 때면 비싸더라도 무조건 백화점을 찾았다. 훨씬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친절한 점원들의 응대를 받으며 하는 쇼핑은 동대문에서의 그것과는 질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구매를 강요당하거나, 눈치를 볼 일도 없었다.

  그 중에서도 백화점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쇼핑이 편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잘 팔릴만한, 단가가 낮고 마진이 높은 보세 의류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동대문 소매점과는 달리 백화점 매장의 디스플레이에는 어떤 '가치'가 있었다. 그 가치는 VMD의 정성과 브랜드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각 매장마다 고유의 일관된 스타일을 제시하고 고객인 나는 큰 수고 없이 그것들을 편하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싸구려 보세 의류들을 뒤지며 '보물찾기'를 해야하는 동대문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호사였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나는 백화점이 제공하는 편의만큼(사실은 훨씬 많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었다. 패션 유통에 어느 정도 식견이 생긴 지금에는 동대문이나 백화점이나 제품 품질 자체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한 벌에 백만 원씩 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 옷도 라이선스만 따와서 한국 공장(혹은 중국이나 베트남. 이를 "있어 보이는" 말로는 OEM이라고 한다)에서 찍어내는 것이 다반사이니까. 얼마 전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았던가. 일명 '택갈이'가 성행하고 있는 백화점 유통의 단면이.

  그래서 내 주변의 소위 '옷쟁이'들은 백화점에서 옷을 사지 않는다. 유통 구조와 마진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알면 알수록 제 돈을 주고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뭘 입냐고? 자기가 직접 만들어서 입거나, 앞서 말한 보물찾기를 한다. 

  사실 바로 이 지점이 헬로우젠틀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백화점 제품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동대문 보세 의류를 우리가 대신 찾아 드리겠다는 것. 말하자면 '동대문 편집숍' 일 것이다. 거기에 클래식에 대한 우리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셀렉트를 진행하니 고객 입장에서는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실제로 헬로우젠틀의 직원들은 모두 헬로우젠틀의 옷을 입는다. 물론 자발적으로). 

  패션 유통을 배우러 뉴욕까지 갔다 온 필자가 장담컨대 전 세계 그 어디에도 동대문 같은 곳은 없다. 오죽하면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가 직접 다녀갔겠는가. 다만 좀(많이) 불친절할 뿐이지. 그러니 꽤 괜찮은 품질의 클래식 의류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편안~하게 만나보고 싶으신 분들은 헬로우젠틀을 애용하시라(급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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