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해서 좋은 것들
글을 쓰는 것은 옷을 입는 것과 닮았다.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하고, 각각의 형식을 지켜야 하며, 그 사람의 태도와 성격을 잘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대개 일도 잘한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정리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렇게나 옷을 입는 사람들이 무시를 당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비교적 다른 사람들 보다는 글쓰기에 관한 많은 수업을 받았다. 강의하는 교수님마다, 다루는 글의 주제에 따라 추구하는 글의 방향성은 제 각각이었지만, '좋은 글'의 요건은 공통적이었다. 바로 쉽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 으레 머리 좀 굵어진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필자도 처음에는 갖은 기교와 현학적인 단어를 일부러 찾아서 글을 쓰곤 했다. 하지만 그런 글은 언제나 C를 면하지 못했고, 읽는 나조차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쓴 글인지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명필로 인구에 회자되는 사람들은 최대한 쉽게 쓴다. 하지만 깊은 사색과 정제의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에 유치하지 않고 문장에 힘이 넘친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화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다. 쉽고 명확한 이런 글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난해하고 화려한 디테일이 가득한 옷은 쉽게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입은 사람을 잘 드러내주지는 못한다. 사람보다 옷이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패션쇼의 런웨이 의상들이 대부분 화려하고 과장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옷을 일상에서 입고 다니는 사람은 지드래곤 말고는 없다.
적어도 일상의 영역에서 좋은 패션은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무드와 태도를 드러내기에 훨씬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서 입기 쉽기까지 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스타일이 있을까? 그런 점에서 클래식(Classic)은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좋은 패션이다. 클래식은 조잡하지 않다. 오랜 세월에 걸쳐 아름다운 요소만 살아남고 조잡한 것들은 도태되었기 때문에 간결하고, 강력하다.
또한 클래식 패션에는 일종의 룰이 있기 때문에 따라 입기도 쉽고, 그렇기 때문에 변형하기도 쉽다. 정제된 스타일링의 규칙을 살짝 살짝 넘나들면서 약간의 변형을 가하면 자신의 개성을 십분 녹여낼 수 있다. 포멀한 수트에 캐주얼한 니트 타이를 매치하는 식으로 말이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말 중에 '뇌섹남'이라는 것이 있다. 뇌가 섹시하다는 말로, 사고방식과 지식이 매력적인 남성을 가리키는 용어다. 글을 잘쓰면 뇌섹남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을 잘 입으면 뇌도 몸도 섹시한 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