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으면 더 맛있는 클래식 패션
따로 복장에 대한 규정이 없는 회사 특성상 필자는 아침마다 오늘은 뭘 입고 출근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8시가 훌쩍 지나게 마련이다. 아무거나 대충 걸쳐 입고 후다닥 나가면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매번 거의 똑같다. 그리고 타는 장소, 그러니까 열차 탑승 위치도 매번 동일하다.
그러다 보면 나처럼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위치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처음엔 몰랐지만 두 번, 세 번 보다 보니 얼굴이 낯이 익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 중년과 노년 사이의 신사가 한 분 계신다. 매일 어디에 가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클래식 착장을 뽐내셔서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멋있는 사람으로.
클래식은 나이 든 사람에게만 어울리는 패션이 아니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입으면 더 멋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 같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정제된 클래식인 만큼, 깊은 세월의 무게를 담고 있는 사람에게 훨씬 잘 어울리는 것일지도. 오래된 치즈에 숙성된 와인이 잘 어울리고, 삭힌 홍어에 묵은 김치가 잘 어울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