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작가 May 19. 2017

[클나의 패션 칼럼]#12. 여자들의 전유물?

여자들에게 빼앗긴 남자의 것들에 관하여


들어가기에 앞서
 
잠깐,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여기서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결코 남성우월주의나 여성 폄하적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남자의 것’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여성이 그 주류가 된, 혹은 남녀 모두가 즐기고 있는 어떤 것들에 관한 논의를 소개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1. 여자에게 빼앗긴 것 그 첫 번째, 화장


  바야흐로 다양성과 개방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 이상 ‘화장한 남자’는 생경하지 않은 문구입니다. TV에 나오는 남자 연예인이나 패션 화보의 남성 모델들의 메이크업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고, 남성용 뷰티 제품과 관련 컨텐츠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에서 화장, 특히 색조화장을 한다는 건 아직까진 남자들에게 낯선 일 같습니다. 기껏해야 눈썹을 진하게 그린다거나 BB크림을 바르는 정도에 그칠 뿐이니까요(이 또한 불과 5년 전만해도 금기시 되던 일이었습니다). 진한 눈 화장과 붉은 입술,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한 체로 출근하는 남성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것은 아직은 화장이 여성의 전유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화장이 여성의 전유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 화장은 남성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화장의 역사는 약 2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프리카 원주민과 아메리카 인디언 남성들은 자신의 권위와 능력을 나타내고 남들과 구분하기 위해 사냥감의 피나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얼굴과 몸에 독창적인 무늬를 그렸습니다. 자신을 뽐내기 위해 행한 최초의 화장인 것이죠. 13세기 유럽의 남성들은 얼굴에 분을 바르고 가발을 썼는데, 이는 오로지 남성의 특권이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신라의 화랑들이 문무와 더불어 화장을 했고, 고려시대까지 가서야 불교 윤회사상에 기인한 남녀평등 의식으로 여성들에게도 화장이 허용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 화장은
남성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이는 오로지
남성의 특권이었습니다.





  그러니 혹시나 아침 출근 전 BB크림을 짜는데 망설이셨거나 화장품 가게에서 수줍게 눈썹펜슬을 구매하셨던 남성분들은 지금보다 좀 더 당당해져도 괜찮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멋있어질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닉 우스터가 파운데이션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을요. 더욱 밝고 선명해진 당신의 얼굴을 헬로우젠틀이 응원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멋있어질 권리가 있으니까요.


 


2여자에게 빼앗긴 것 두 번째, 트렌치코트


 

  동장군의 기운은 어느덧 누그러지고 봄 기운이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가운데,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이 맘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은 ‘벚꽃 엔딩’도, 옛 연인의 SNS 업데이트도 아닌 ‘봄 패션’ 생각이죠. 그리고 봄 옷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트렌치 코트일 것입니다. 두꺼운 코트는 세탁소에 맡겨두고 가볍고 산뜻한 트렌치 코트 자락을 펄럭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텐데요. 하지만 왠지 트렌치 코트라고 하면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은 멋쟁이 여성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왠지 트렌치 코트라고 하면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은 멋쟁이 여성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실 트렌치 코트는 엄연히 남성의 옷이었습니다. 그 기원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장교들이 전투복 위에 입고 다녔던 것이죠. 트렌치 코트는 워낙 다양한 브랜드에서 변형된 디자인을 출시하곤 있지만, 그 원조라고 할 수 있는 B사에서는 매년 그 원형을 간직한 스테디셀러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계급장을 부착할 수 있는 견장, 보급품을 걸 수 있는 D 링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다만 트렌치 코트가 워낙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되었고, 한 동안 패션의 주요 소비자가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트렌치 코트를 여성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죠.




그런데 사실 트렌치 코트는
엄연히 남성의 옷이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여성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죠.




  물론 세계는 평화를 맞이했고, 트렌치 코트를 입고 전장을 누비는 남성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트렌치 코트라는 아름다운 무기를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남자가 입은 트렌치 코트의 고유한 멋은 여성의 그것과는 또 다른 파워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옷장 안에 예리하게 날이 선 멋진 트렌치 코트가 자리잡고 있어야 할 이유입니다.              




by CLNA

[출처] 여자들에게 빼앗긴 남자의 것들에 관하여.|작성자 HELLO GENTLE

작가의 이전글 느린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