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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Apr 26. 2017

요리와 패션

과유불급의 진리


  퇴근 후 갑자기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필자가 꽤나 대식가인지라, 보통의 파스타 한 접시로는 간에 기별이 갈까 말까 한다. 더군다나 강남의 살인적인 물가를 고려할 때, 식당에서 이태리 국수를 사 먹는 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직접 해 먹기로 한 것이다(그런데 재료비가 더 비싸더라).

  크림 파스타를 하기로 하고 각종 재료를 준비했다. 면, 베이컨, 마늘, 올리브유, 후추, 고추, 치즈, 계란, 크림... 준비가 완벽함을 확인한 후 조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요리를 하면서 맛을 보다 보니 뭔가 부족한 게 자꾸 생각이 났다. 그래서 허브도 넣고 냉동실에 잠자고 있는 만두와 소시지도 넣고, 퓨전의 개념으로 갓김치도 살짝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애초에 의도했던 바와 달리 부대 파스타가 탄생해버렸다!
 
  "과한 것은 모자라느니만 못하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맛을 좋게 하려고 계속 첨가한 재료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전체적인 요리의 정체성을 훼손해버린 것이다. 솔직히 처음 몇 젓가락은 먹을 만 했는데 계속 먹다 보니 물려서 반은 버린 것 같다.

  패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약속이 있어서 나가려고 준비하다 보면 멋을 부리려고 뭔가를 계속 껴입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면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양말과 화려한 워싱이 들어간 청바지, 블링 블링 빛나는 반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옷을 갈아입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미니멀리즘'에 열광하는 것 같다. 불필요한 디테일은 생략하고 최대한 간소하게. 꾸민 듯 안 꾸민 듯. 놈코어의 미학. 취할 것만을 취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요리와 패션에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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