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충만이는 교회에서 일을 했어요. 전도사예요. 나름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현실은 무늬만 '사'짜지 최저임금의 코딱지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아요.
혹시 ‘은혜 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삼성 페이, 엘지 페이 그런 게 아니라, 열정 페이의 뺨을 후려칠 정도로 짜고 존중이라고는 개 코 딱지도 없는 임금제예요.
근로계약서를 쓰냐고요? 어우~ 큰일 날 소리에요. 그거 물어봤다가 돈만 밝히는 삯꾼으로 낙인찍혀요.추노 마크처럼 따라다녀 구직 블로킹을 당해요. 목사 양반들끼리 정보공유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충만이는 한 교회에 지원했어요. 근로계약서 따위는 애초에 입밖에도 꺼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 전도사 커리어가 절단날 수도 있거든요. 다행히 목사 양반은 한 달에 120만 원을 주겠대요. 한 달에 50만 원만 받던 옛날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어요. 충만이는 좀 아쉽긴 하지만, 사람대접 받으며 일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목사 양반은 예배당을 보여주었어요. 지하이지만, 아늑한 공간. 충만이는 마음에 들었어요. 교회도 이게 교회인지 회사인지 알 수 없는 데가 있고, 가족같이 아담한 교회가 있었어요. 일만 죽어라 시키는 교회는 그게 회사지 교회인가요? 충만이는 가족 같은 교회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목사 양반은 원래 성도가 적었는데, 열심히 전도해서 80명 되었다고 했어요. 충만이에게 성도수는 상관없었어요. 따뜻한 교회가 그리웠거든요. 목사 양반도 마음에 들었는지, 같이 일해보자고 했어요. 충만이는 뛸 듯이 기뻤어요.
설레는 첫 출근날, 첫 예배를 드리는데, 충만이는 두 눈을 의심했어요. 80명은커녕 30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앉아있는 게 아니겠어요? 늦게 오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예배당 입구를 보아도 사람들은 오지 않았어요.
예배 후 목사 양반은 말해요. “전도사는 ‘전도의 도사야.’ 충만 전도사가 전도를 해와야 돼.” 이게 무슨 신박한 개소리인가요? 교회에서 ‘도사’라니요. ‘전도를 해와야’ 한다니요..
목사 양반은 충만이가 정신을 차릴 겨를 없이 해야 될 일을 폭풍처럼 읊어줘요. ‘운전, 청년부, 축복 나눔 전도행사, 찬양인도, 행정’.. 그리고 자기 딸들이 아동부와 청소년부, 찬양대를 맡고 있는데, 임신해서 못하게 되었으니, 그것도 맡아주면 좋겠다고 해요..
충만이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어요. 그런 충만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극락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전도사 삼행시가 흘러나오고 있어요. *전: 전도사는 *도: 도(예수님의 도)를 전하는 사람인데 *사: 사실은 봉고를 몰고 있어요.
충만이는 머리가 아파와요. ‘가족’ 같은 교회를 원했는데, 가‘족’ 같은 교회에 왔어요. 이거 충만이가 아니라, 똘마니가 되게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