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요
옛날 옛날에, 말숙이는 초등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말숙이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렸어요. 선생님인데 왜 비정규직이냐고요? 말숙이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였거든요. 말숙이네 동네에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라고 고용된 강사였어요.
말숙이는 그날도 30분이나 일찍 출근을 했어요. 교무실에서 출석부를 가져오면서, 복사기에 만들어온 학습지를 올려두었어요. 출석부를 교실에 두고 오면, 시간이 딱 맞을 거 같았거든요. 강사들은 1분 1초도 허투루 사용하면 안 돼요. 시간을 아껴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출석부를 교실에 두고 온 말숙이가 교무실에 들어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이었어요. 지 부장의 목소리가 말숙이 귀에 들어와 꽂혔어요.
또 걔지? 고말숙이지?
걔는 강사 따위가 왜 이리 불만이 많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아, 아무래도 학습지는 이따가 가지러 와야겠어요. 어차피 다음 주에 사용할 학습지를 미리 챙겨둔 거니, 지금 안 가져가도 죽지 않을 거예요. 지금 교무실에 들어가면 더 죽을 거 같았어요, 표정 관리가 안 되어서 말이죠.
황급히 몸을 숨겨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거울에 비친 스스로가 걔가 아닌 개 같아 보이네요. 그래요, 말숙이는 좀 불만이 많은 강사 따위였어요. 창고를 교실로 만든 터라 말숙이네 교실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수업을 해야 하니 화이트보드라도 하나 놔 달라고 한 건데, 쓰레기통이 없어 남는 쓰레기통 하나 놔 달라고 한 건데, 말숙이는 불만이 많은 걔가 되었어요. 아니, 개가 되었네요.
마음을 가다듬고 교실로 향했어요. 개가 된 말숙이는 개 같은 수업을 할 거 같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말숙이는 수업을 해야만 하는 강사 나부랭이 인걸요. 출석을 부르고 수업을 시작했어요. 아, 오늘 수업 내용은 ‘규칙’이네요. 우리 교실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이야기해 보는 수업이에요.
말숙이는 개가 되면서 얻어 낸 칠판에 우리 교실 규칙을 적어 보았어요. 1.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요. 2. 친구에게 욕을 하지 않아요. 3. 친구와 싸우지 않아요.
적다 보니, 말숙이는 오늘 말숙이가 무얼 잘못했는지 알았어요. 한국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도 배우는 건데, 말숙이가 몰랐네요. 그래요. 말숙이는 늘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요’를 지키지 않았어요. 그저, 선생님인 지 부장이 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잘했으면 개가 되는 일 따윈 없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말숙이는 어쩐지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요’를 배운 아이들이 커서, 또 누군가를 개로 만들어버리면 어쩌나 싶어요. 말숙이는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뿐 아니라, 동생의 말, 친구의 말도, 모두 모두 잘 듣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컸을 때, 아이들이 슈퍼 울트라 갑이 되더라도, ‘을’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그런 동화 같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싶어 져요. 말숙이는 그런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며 고쳐 적어 보아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요.
오늘의 동화 끝.
비정규직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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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쓰는 인간’님의 잔혹동화가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