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B급: NBA의 돈키호테- 러셀 웨스트브룩
농구골대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사나이가 있다. 덩크를 꽂고, 슛을 던지며 리바운드를 잡는다. 그는 주로 패스를 하는 ‘가드’이다. 그의 키는 191이지만 NBA 가드들의 평균 키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미국센터들(211~22cm)의 장대 숲을 비집고 슛을 던지고 덩크를 한다.
실패를 할 때도 있다. 괴수 같은 상대 센터에게 일명 떡블락(슛을 막는 행위를 블락이라 하는데, 찰지게 당하는 귤욕적인 블락을 말한다.)을 당해도 씩씩 거리며 돌아와 이를 악물고 수비를 한다. 그리고 공격 시 공을 몰고 저돌적으로 다시 돌진한다.
그는 슛을 10번 실패해도 11번째 쏘는 사나이다. 그의 신념은 ‘why not?’이다. 왜 안되느냐는 것이다. 될 때까지 던지는 것은 굳건한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그는 될 때까지 슛을 던지다, 경기까지 집어던질 때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NBA는 3점의 시대이다. 스테판 커리, 데미안 릴라드를 비롯한 3점 슛 괴물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심지어 각 팀의 공격 전술조차 트렌드도 3점 슛이 되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공을 몰고 열심히 돌진하며, 동료들과 뛰어다닌다.
그는 정말 돈키호테 같다. 그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응원하던 마음이 어느새 탄식으로 변하고 입에서는 험악한 감탄사들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계속 응원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마치 프로야구에서 한화를 응원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는 무명팀인 ‘워싱턴’을 16개 팀만이 치른다는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1위 팀과 맞붙었다. 그가 슛을 던질지 경기를 집어던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경기를 기대하게 된다.
나에게는 그런 기질이 없어서 그럴까? 온갖 슈퍼스타들이 모인 다른 팀들을 제쳐두고 그의 팀을 응원하게 된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 비난 따윈 개나 주라는 듯 달리는 그를 보며 돈키호테를 떠올린다.
많은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다. 때로 그런 삶이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병맛 돈키호테, 웨스트브룩을 떠올려 본다. 그가 시원하게 덩크를 꽂아버리듯, ‘농구는 너 혼자 하냐’는 비난에 시크하게 돌아서듯. 그런 신념과 근성이 그리워진다.
나는 오늘도 돈키호테: 웨스트브룩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