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었다. 나는 대학 졸업 후 방황하였다. 앞일도, 해야 할 일도 알지 못했다. 그 시기를 버티게 해 준 노래가 있으니, <산행> ; ‘베란다프로젝트’(김동률x이상순)의 노래다.
나는 김동률의 오랜 팬이다. 전람회 때부터 팬이다. 중학생 때부터 그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기억의 습작> <이방인> <새>와 같은 곡은 원색적인 사랑타령이 아니라 다른 깊이가 있었다. 전람회는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의 음악은 나의 학창 시절에 많은 깊은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김동률 님은 이적님과 함께 하지 않고, 기타리스트 이상순 님과 앨범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분이 이효리 님의 남편이라는 사실도 꽤 늦게 알았다.)
<산행>의 전주 구간은 왜 이상순 님과 함께 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전주의 기타 소리는 기타를 포기한 나 같은 사람도 기타 치고 싶은 열정을 샘솟게 만든다. 또 하나 신의 한 수는 기타리스트인 이상순 님을 먼저 노래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 뒤에 나오는 가수 출신인 김동률 님의 목소리는 단연 빛날 수밖에 없다.
“난 마음이 복잡할 때면 늘 찾아가네
묵묵히 오르는 가파른 길
고개 돌려 내려다 보네
까마득한 내가 살아가는 작은 세상“
- <산행>의 첫 소절 -
마음이 답답할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산이 생각난다. 정감을 주는 동네 뒷산이 생각난다. 굳이 산을 오르지 않아도, 오르막을 걷느라 힘을 빼지 않아도, 이 음악과 함께 걸으면 심신이 치유됨을 느낀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고민이 달라진 것도, 해결된 것도 아무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앞일을 고민하며, 하루를 살아나가는 40대 아저씨일 뿐이다. 그때의 감정들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조금은 나아진 ‘나’를 보게 된다.
어느 날, 내가 담당하고 있는 중학생들이 나에게 물었다. “어떤 가수를 좋아하세요?” 나는 수줍게 “응, 나는 기리보이를 좋아해.”라고 하였다.
사랑하는 우리 2000년 대생들에게 ‘김동률’을 말하기에는, 시간도 내 말주변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리보이도 감성이 참 매력적이다.)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 나의 어두운 시절을 함께 한 가수는 김동률이었음을.
<산행>이 나와 함께 했음을, 나를 살린 노래였음을, '방황하는 이들'과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