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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러치타임 Oct 19. 2021

사장님의 연애#2

파트타임 전도사의 잔혹사

충만이는 사장님과 사장님 여친의 카톡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요. 이 둘은 연애를 했던 거예요. 충만이는 고민에 빠져요. 이대로 그만 두자니, 이 쪽 업계가 좁아서 전도사로서 다음 교회를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계속 하자니 이 짓거리를 계속 봐야 하니까 돌아버릴 것 같았어요.


그러던 찰나 밖에서 김사장이 전화하는 소리가 들려요. 친구 목사에게 전화하는 거였어요. "어~ 박목사! 그래~ 전도사 인준있지? 그거 말인데.." 충만이는 귀가 쫑끗해져요. 사역 2년만에 드디어 전도사 인준을 받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분의 아내; 사모님을 전도사 인준 주겠다는 이야기였어요.


"박목사가 있으면 좀 수월하지~ 잘부탁하네~" 친구 목사가 전도사 인준위원이었는데, 전화청탁을 한거죠. 충만이는 순간 열이 받아요. 전화 한 통화해서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요? 그나마 쌔가 빠지게 일하는 충만이는 재껴놓고 아내를 먼저 챙기다니요..


사모님은 이 새x가 자기 전도사 인준주고 연애하고 다니는 거 모르겠죠?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하는 순간, 충만이는 후회와 복받치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어요. 이 사건을 터트리기로 결심해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 여러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폭탄 던지고 탈출하는 것보다 조용히 탈출하는게 낫겠다고 하네요. 통화를 하던 친구가 문득 이런 말을 해요. 


"충만아~ 너 근데 목사안수는 어떻게 하냐?" 


충만이는 순간 열이 뻗쳐 소리를 질러요.


"야 여기까지 왔는데, 목사안수가 무슨 소용이야~ 다 저 김사장 같은 놈들만 교회에 득실득실한데.."


생각해보니, 김사장의 친구 목사하며, 함께 축복나눔집회하는 목사들하며, 제대로 된 놈들을 한 명도 못봤어요. 자기가 잘못해놓고 엉뚱한 충만이에게 뒤집어 씌우기 일쑤였고, 항상 죄송하다는 말은 충만이의 몫이었어요.


한 번은 김사장 친구목사가 축복나눔 스케줄을 잊어버려서 집회가 펑크났는데, 글쎄 충만이가 연락을 안줬다고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충만이는 메일 발송기록과 친구목사의 부사역자와의 통화기록을 보여줬어요. 김사장은 당연히 할 말이 없죠.


이번에는 한마디 하겠다더니, 다녀와서 하는 말이.. 


"친구목사 부사역자 잘렸대." 


'아니 ㅆㅂ 그게 내 잘못이야?' 충만이는 어이가 없어요. 마치 니가 안 뒤집어써서 그사람이 잘린 것 처럼 이야기를 해요. 참.. 이놈이나 저놈이나 끼리끼리 똥끼리에요.


충만이는 사역지를 떠나기로 결심해요. 그리고 김사장을 만나요. 


"목사님 저 사임하겠습니다."


"왜 무슨 일이야?"


'니가 바람피워서요.' 라는 말이 굴뚝같았지만, 충만이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와요.


"제가 전도사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 두겠습니다."


김사장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야기를 해요. 


"전도사 인준받아야지! 1년만 더 있어 그러면 내가 전도사 인준 받게 해줄게"


충만이는 헛웃음이 나와요. (너는 끝까지 장난질이냐?)


"이번 달 까지만 하겠습니다."


김사장은 열이 받아요.


"너 이렇게 사역하면 어디가서 사역 못해! 어디서 이렇게 사역을 하고 다른데를 가려고.."


충만이는 말해요.


"다음 주에 그만 두겠습니다."


김사장은 열이 머리 끝까지 올라서 말해요~


"너 지금 나랑 장난하냐? 너 정말 이 바닥에서 사역 종치고 싶어?"


충만이는 덤덤하게 말해요.


"네, 그만하겠습니다."




충만이는 그렇게 교회를 나왔어요. 생각 같아서는 신문사에 제보하고, 교회에다가 터트리고 나올까했지만, 사모님과 아이들이 불쌍하고, 성도님들이 너무 불쌍해서 그냥 욕만 먹고 나오기로 해요.


성도님들은 충만이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당황하긴 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묻는 사람이 없었어요. 충만이는 차라리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충만이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돌아가는 길, 그동안 일 하느라 보지 못했던 맑고 깨끗한 하늘이 보여요. '그래.. 이거 아니면 뭐 할 일 없겠어~'하며 후련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떼요. 


그 후로 충만이는 김목사st, 나쁜놈들이 가득한 교회를 손절하고 쿠팡맨을 하며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오손도손 자알~ 살았답니다.


오늘의 동화 끝!




그동안 충만이의 잔혹동화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일은 자전거탄 달팽이님의 마지막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마지막까지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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