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딸이 배움터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와 아주 케미가 좋다는 소식을 여러 채널로 접하고 있다. 단짝 이성친구를 만나게 될 날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먼 미래가 아닐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딸의 이성친구관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딸의 안목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할 생각이다. 내가 딸과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배우고 견고한 신뢰감이 쌓여 있다면 굳이 이런 글을 적지 않더라도 괜찮은 이성을 만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 대해 딸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은 이유는 모든 잔소리의 원천 에너지이기도 한 노파심 때문이다. 나 자신도 '이 글이 오지랖이며, 긁어 부스럼이며, 안 하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쭉 깔아놓고 이 글을 시작할 생각이다.
딸에게 피해야 할 남자와 만나야 할 남자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전해주고 싶다.
먼저 만나지 말아야 할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만나지 말아야 할 남자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한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란 '건강하지 않은 사람', '게으른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폭력적인 사람' 등이 있겠다. 위와 같은 사람들은 피해야 한다는 글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굳이 보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너를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은 만나지 마라. 너를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면 지속적으로 너를 함부로 대할 가능성이 크다. 서열 의식을 세워야 할 곳과 세우지 못할 곳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끝까지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동등하지 않게 대하는 것이 아래로만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너를 상전처럼 떠받드는 남자도 피해야 한다. 그런 남자는 너의 연애 관념에 착각을 심어 다음의 연애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격은 평등하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양방향으로 동등할 때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나 그의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걸러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인간이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의 소중함을 보존하기 위함이기도 하다를 명제라고 할 때, 자신의 소중함을 보존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타인을 소중히 여길 필요도 없다는 대우도 성립한다. 스스로를 학대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고갈시킨다.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즐기거나 인생을 운에 맡기는 사람이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마찬가지로 그의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우도 피해야 한다. 인류의 보편적인 최고의 가치는 가족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을 숭배할 가능성이 크다. 가족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너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속어나 욕설을 남발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바로 윗 문단에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단 비속어나 욕설뿐만이 아니다. 남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 모든 것에 대한 해석이 부정적인 사람도 포함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자라면서 좀 개선되어 가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성숙한 시기에는 말을 통해 수컷으로써의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성숙해 가면서 그러한 미숙함이 개선이 되어야 하는데 개선되지 않는다면 피하는 게 좋겠다. 이 글 뒷부분에 나오겠지만 이런 이성을 만났으면 하는 유형에 자기 발전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위에 아주 기본적인 걸러야 할 사람 중에 '폭력적인 사람'이 있었는데, 강조의 의미에서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폭력적인 사람은 무조건 만나지 마라. 이런 사람은 백해무익한 사람이다. 인생 속에서 모르고 사는 것이 좋다. 너에게 단 한 번이라도 욕설이나 손찌검을 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도 폭력을 쓰지 않은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폭력을 쓰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비슷한 맥락에서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도 만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학창 시절에 친구들을 도가 지나치게 괴롭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의 그물망이 촘촘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그런 행동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언제든지 네가 약자가 되었을 때 이빨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마지막 유형은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하찮게 보는 사람이다.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함께 소중하게 여긴 다면 인생의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연인이든 친구이든 항상 너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샘솟도록 만든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인생 속에서 만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사실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함께 소중하게 여겨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찮게 보는 것은 다르다. 이런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는 사람들을 더러 봤는데 하나 같이 불행하더라.
피해야 할 사람에 대해 적어 보았다. 적다 보니까 꽤 길어지긴 했는데 사실 아버지의 노파심은 이것보다는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끝없이 적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만 줄이는 게 좋겠다. 다음은 만났으면 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네가 피해야 할 사람이 아닌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바꿔 말하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저마다 배울 점이 있고 사랑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너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면 폭넓게 만나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만 첨언하고 싶은 것은 항상 어제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할 수 있고 자신의 올바름에 대해서는 주장할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속적인 개선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너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는 진지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우아하게 헤어졌으면 좋겠다. 진지하지 않은 마음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고 그것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온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냥 단순히 노력하는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헤어질 때는 아름답게 헤어졌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인간은 일을 도모하는 것은 기가 막히게 하지만,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인생을 살아보니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해지더라.
이성과 잘 사랑하는 법에 대해 그 누구도 나에게 알려준 적은 없다. 나도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지금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을 구별하는 원칙이 좀 생긴 것 같다.
어련히들 자연스럽게 배우겠지만 부디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아빠의 귀여운 노파심이라고 여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