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고 생각도 달라지게 된다. 젊게 살고 싶은 욕망은 늙어 가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젊음에 대한 열망만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내가 처해져 있는 환경도 내 몸의 생체 기관도 계속해서 늙어가고 있다. 나는 스스로 내 생각이 점점 유연하지 못하게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 생각이 더 굳어버리기 전에 삼십 대 후반의 아빠가 어른이 되어가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젊은 시절의 아빠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렇게 나마 전해주고 싶다.
지금 보다 더 젊은 시절의 나는 삶에 대한 열망이 아주 높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살다가 수명이 다하면 죽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삶에 대한 열망이 너무나도 뜨겁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것은 바로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였다. 아직은 작고 힘없는 너의 존재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 그리고 그것을 넘어 인류의 삶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흔히 자식이 태어나면 부모도 태어난다고 표현한다. 나도 딸이 태어나던 날 새롭게 태어났다. 나는 내 자신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스스로 느낀다. 글을 쓰는 이따금도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득하다. 이제 나는 오래 살고 싶다. 오랫동안 너의 옆에서 좋은 조력자가 되어 주고 싶다.
이 글 이후에도 앞으로 내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은 사람에 관련된 것이다. 어떤 일을 잘하게 되는 것에 대한 방법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다. 설령 불의의 사고로 내가 세상을떠나더라도 나는 내 생각과 의지를 너에게 남겨주고 싶다. 물론 나는 오래 살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건강하게 오래 너의 옆을 지키는 게 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글로 백 권의 책을 남기는 것보다 직접 전하는 말과 따뜻한 눈빛이 훨씬 더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은 안 주신다는 산타의 이야기를 너에게 고쳐서 들려 주었다. '행복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라고 말이다. 네가 뭔가 갖고 싶은 게 있을 때는 '행복해지면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너도 나에게 이야기한다. "행복하니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겠지?".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그래 네가 행복하니까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이다.
"언제나 행복하길 바란다."
너에게 처음으로 썼던 편지를 아래에 붙인다.
처음으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요즘 너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닫고 있다. 특히 나 자신에게 놀라는 것은 나도 나 이외의 사람을 위해 이렇게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아니 희생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널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넌 너무나 소중하다. 네가 넘어져 울기라도 할 때면 내 심장이 끊어진 것만 같았고, 네가 웃을 때면 나도 함께 웃느라 턱이 빠질 것만 같았다. 어른인 나에겐 별로 우스운 일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때쯤의 너에겐 나라는 존재가 지금처럼 마냥 사랑하는 것 같은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란 가까우면서도 멀고 사랑하지만 미운 존재이니까,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아,
이것만은 알아줘라.
이 태산 같은 인생의 버거움 속에서도 너라는 한줄기의 빛나는 의미가 내겐 영생의 꿈과 같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