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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일환 Sep 29. 2020

개발자랑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낀다면

서로를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

같은 개발자로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많은 비개발직군의 동료들은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알고 싶은 최종 결과보다는 내부 구조에서부터 설명하려고 드는 개발자들과 소통이 어려운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때는 살짝 화가 날 때도 있다. 물론 '소통'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서로 뜻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상대방과 통하지 않았다면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개발자들이 왜 그렇게 소통하는지에 대한 배경도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개발자들이 상황과 현상을 어렵게 설명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이 서로 간에 신뢰를 형성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개발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 일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무엇을 희생하는지를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싶어 하고 그로부터 공감을 얻고 싶어 한다. 놀랍지 않은가? 기계 같은 개발자들이 공감을 갈구하고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아주 간단한 단어 하나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을 빙 둘러가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빙 둘러서 쉽게 설명이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을 그다지 많이 기울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하면 무엇이 좋은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 있다. 대부분의 다른 유관 조직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기술 부채'를 갚거나 그것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에 대해 사업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함께 고민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직접 개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술 부채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당장 새로운 기능이 얼마나 빨리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면 생산의 효율성도 함께 고려가 되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것은 기술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한다면 기술자들도 마찬가지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감수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말아 버리면 그만이다. 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떤 결론을 향해 가게 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테크 회사들의 사업이 왜 잘 되는지 사례를 조사해 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하기 힘든 개발자라고 치부하고 입을 닫게 만드는 것보다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게 해 주고 사업의 일원으로 끌어드리는 게 좀 더 현명한 전략이 아닐까? 서로를 상호 존중해야 하는 관계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개발자가 소통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단순하게만 생각해봐도 다 같은 교육과정을 거치고 성인이 되어 사회인이 된 사람들인데 말을 못 할 리가 있는가? 개발자들끼리 이야기하면 여러 사람들을 빵 터지게 하는 재담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다른 회사에 재직 중인 엔지니어들과 협업을 한 경험이 다수 있다. 근데 엔지니어들과 처음으로 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간혹 이런 말을 듣고는 한다.


"그 회사 CTO와 엔지니어들은 소통이 안되고, 태도가 아주 강성이다. 조심해라"  


실제 회의에 들어갔을 때 나는 전혀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이런 회의에 수십 번도 참여했었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의 태도가 강성이라고 느껴진 적은 없었다. 논리적인 근거와 함께 문제 중심으로 일하자고 제안했을 때 엔지니어들은 저항하지 않고 잘 받아들였다.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나에게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마침내 말이 통하는 사람을 발견한 것과 같은 느낌 말이다.


결국 통이란 것은 서로가 상대방의 배경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출 줄 알아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개발자도, 기획자도, 사업가도 필요한 것은 상호존중과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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