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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 Choi Apr 19. 2023

넌 어쩜 그렇게 잘컸니?

뛰어난 능력에 비례하는 인성을 가진 친구들은 어떤 가정교육을 받았을까?

30대 직장인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몇 가지, 소소하지만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다.

- 직업으로서의 가정주부에 대한 이중적인 평가 

- 육아/가사노동을 병행하며 임원급 지위에 올랐다는 커리어우먼의 인터뷰

- 엄마가 어릴 때는 일하시다가, 자식들이 생기고 전업주부를 하게 되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


한편, 수 년을 알아왔지만 만날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다 

- 만나면 눈 앞에 있는 나의 존재에 집중하며 내 이야기를 온 몸으로 들어주는 친구들

- 내 존재 자체를 높이 평가해, 사회적 조건에 스스로 평가절하하던 나를 치유시켜주는 친구들

- 변호사, 의사, 사업가.. 등등 사회적으로 추앙받는 성취를 이뤄냈음에도, 자랑이나 과시, 아는척, 이기적인 모습 없이 타인을 배려하며 자신이 가진 것, 아는 것을 나누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친구들




어릴 시절부터 내 삶은 준거집단과 현실조건 사이의 갭으로 인한 혼돈의 연속이었다. 가족은 생득적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후천적인 가족을 내가 찾아내고 새로 구성하며, 나의 세계관을 재정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막연히, 삶에 대한 더 큰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가진 가족들이 현명한 조언을 줄 수 있는 가족을 염원했고, 커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유학이나 결혼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좋은 가족 구성원'을 찾고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어릴 때부터 무척이나 컸다. 30대에 접어들고, 결혼-임신-출산-육아를 나의 커리어패스에 대입하면서, 내가 만나온 멋진 친구들과 같은 사람으로 클 수 있도록 자녀를 양육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다. 물론 내가 먼저 인성적으로, 능력적으로 그에 합당한 부모가 되야한다는 건 당연한 전제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내가 본 멋진 친구들은 어떤 부모님 아래서 어떤 교육/훈육을 받으며 컸는지 궁금해졌다.


동시에, 하나의 사회적 인격체를 양성하는 역할로서의 부모- 그 중 에서도 따뜻하고 바른 마음을 가진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역할에 대해서도 보다 입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이상과 현실의 간격으로 인해 고뇌하고 새로운 샘을 찾아다닐 때마다 순간순간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공통적으로 평범 이상의 따뜻함과 공감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넌 어쩜 그렇게 잘 컸니?"라고 장난스레 묻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넌 어쩜 그렇게 잘 컸니?"라고 장난스레 묻곤 했다. 단순히, 학력/직업 등 높은 수준의 사회적 성취에 대한 물음이 아니었다. 이 질문 안에는 어쩜 그렇게 '따뜻하게' 잘 컸냐는 숨겨진 물음이 담겨있었다. 가진 것/성취한 것을 자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줄 아는 태도의 기원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정혜신 박사님께서 <당신이 옳다>에서 말했듯, 사람은 제한없는 공감과 믿음이 기반되어야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이 놓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매 순간순간, 나는 따뜻하고 현명한 친구들 의 공감과 지지덕분에 광야와 같은 순간들을 지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친구들이 어떻게 그런 인격체로 자랄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반이 천성이라해도, 반은 부모님을 통해 교정된 사회적 성품일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럴만한 좋은 부모의 레퍼런스가 적다는 점이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여성 인터뷰는, 대부분 그들이 '가정/가사업무를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낸 직업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자식을 어떤 신념에 기반해 어떤 방식으로 키웠는 지에 대한 질문은 크게 하지 않는다. 만약 자식 교육에 대한 인터뷰가 있더라도, 그건 자식이 학문이나 직업적으로 큰 성취를 거두었을 때 어떻게 부모가 학업/진로 지도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경우가 대다수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묻은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위에서 말한 친구들의 어머니는 대부분 가정주부시다. 나는 앞으로 이어질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뛰어난 역량을 가졌을 뿐만아니라, 따뜻함으로 감동을 주는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싶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가치관에 기반해 좋은 가정을 일구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사례가 있는지 오리무중에 있는 예비엄마, 혹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시에, 그 어머니들께도 그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드리고 싶다. 어느날, 독서모임에서 한 경제학 교수님께 큰 인사이트를 얻은 적이 있다. 가정주부에 대한 평가절하된 사회적 인식은 매우 잘못되었으며, 가정주부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직업에 무관하게, 가정주부를 포함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이셨다. 어떻게 활용될 지 몰라도, 최소한 당신들의 삶이 참 가치있다는 작은 증거라도 남기고 뿌듯해하실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앞으로 진행될 인터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에 기반한 '좋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지, 결코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따라야할 이데올로기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덕질에 가까운 편파적인 호감과 개인적인 판단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이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주고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내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유사한 목적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니, 혹시나의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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