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0일
부모님과 첫 자유해외여행이기도 했고, 동남아시아는 처음 가는 것이라 긴장과 걱정을 많이 했건만, 그런 것들은 무색하게도 참 잘 다녀왔다. 모쪼록 이번 베트남 여행기도 보시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 당일 일요일 아침.
여유 있게 도착했지만, 우리 비행기만 결항이었다. 1시간이나 공백이 생겨 살짝 김이 새었지만, 별 수 있나. 저가항공기를 이용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는 수밖에.
한식으로 김치찌개를 원샷하고, 게이트 앞에서 졸면서 탑승을 기다렸다.
공항에서 비행기로 향하는 이때가 가장 설레는 거 아니겠어.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으니까!
비행기는 베트남 국적기 비엣젯 항공을 이용하였다. 타자마자 들려오는 한 노래가 나의 귀를 사로잡았는데 신기하게 지금까지도 멜로디와 가사 기억에 남는다. say hello to vietnam!
승무원들의 옷도 인상 깊었는데, 대부분이 치마가 아닌 반바지류의 체크무늬 옷을 입고 계셨다! 제법 멋스럽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편안해 보여서 좋았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스튜어디스가 꿈이었는데… 문득 ‘아홉수 우리들’의 우리가 생각이 나던 순간.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다낭 상공.
내리자마자 엄청난 택시 호객 행위를 뚫고, 그랩승차장에 도착.
(택시를 타는 것보다 미리 그랩을 불러서 숙소로 이동하는 게 더 저렴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항을 나가면서 공항이용료(750원 정도)가 붙기 때문에 그랩기사가 영수증을 보여주며 금액을 더 요구하는데 앱 내로 알아서 다시 결제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서 영수증을 보여줬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았건만, 옆에서 엄마가 더 난리였다는...
엄마, 엄마 딸 꽤 똑똑해.
베트남 돈인 '동'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루트가 존재하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 -> 베트남 금은방에서 달러를 동으로 환전'이다.
가장 저렴하게 치이지만, 가끔 은행보다 비싼 금액을 부르는 경우도 있으니 카페를 통해 최근 시세를 꼭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여행 카페에서 추천받은 금은방집(위)에서 다행히 한 번에 환전했는데, 미리 동 지갑을 만든 덕에 돈을 세기 한결 수월했다. (동 지갑은 다이소 파일 홀더 추천!)
돈도 찾았겠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도착한 COBA 쌀국수집. 숙소 리셉션 직원분께서 추천해 주신 쌀국수 브랜드였다.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한국어. 역시 경기도 다낭시답다.
순서대로 반쎄오, 소고시 쌀국수, 넴루이
쌀국수의 경우 고수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한국화된 쌀국수랄까.
베트남 남부의 쌀국수의 맛이 북부의 쌀국수보다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 편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베트남음식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 건강한 느낌이 든다. 약간 기름진 메인 음식을 잡아주는 채소의 담백함이 조화롭다.
핑크성당으로 불리는 다낭대성당. 일요일이었던 탓에 출입을 일찍 막아서 아쉽게도 내부 구경은 못했다.
사전에 공부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은 프랑스에게 꽤 오랜 기간 식민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글자, 문화 등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볼 수 있다. 미사 시간이 되면 꽤 많은 현지인들이 들어온다고 한다.
다낭의 8월 날씨는 더움, 더움, 더움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습기가 많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팔에 땀이 난다. 에어컨의 소중함을 절로 깨닫게 된다. CONGCAPHE(일명 콩카페)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시원한 카페이다. 우리가 간 곳은 2호점으로 현재 3호점까지 있다니 베트남 내에서 인지도를 알만하다.
코코넛 커피, 코코넛 스무디, 카페 쓰어다(연유커피)를 주문했는데 모든 메뉴가 진했다. 코코넛은 코코넛대로 연유는 연유대로. 딱 기대한 만큼의 맛이었지만, 카페 내부가 시원해서 가산점이 붙지 않았나 싶다.
카페 바로 근처에 위치한 한시장은 소문대로 수많은 사람과 땀냄새, 과일이 발효된 냄새가 진동했다. 사실 한국사람이 80%이다. 한국의 한을 따서 한시장이라 지었다고 믿을 정도...
1층은 과일 및 기념품 등을 주로 팔았고, 2층은 진짜인척하는 가짜 의류들이 즐비했다.
이곳을 방문한 단 한 가지 이유는 크록스 때문이었다. 짝퉁인 것에 비해 퀄리티가 좋아 가성비갑이라는 것!
협상에 성공해서 얻어낸 8개의 지비츠. 제법 귀여운걸? 왜 사람들이 수집하는지 알 거 같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산템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숙소에서 본 다낭 시내 전경. 날씨가 참 좋았더랬지
저녁을 먹기 위해 향한 AN THOI(안토이) 식당. 내부가 꽤 분위기 있다.
고심 끝에 분짜콤보와 치즈가리비, 갈릭새우를 시켰다. 모든 메뉴가 다 맛있어서 부모님도 나도 만족했는데 특히 분짜와 함께 나온 짜조가 가장 맛있었다. 장조림 국물, 합격드리겠습니다.
숙소 가다가 본 두리안 더미. 냄새가 그렇게 심하진 않은데? 안 먹어본 것이 아쉬웠다.
숙소에 들어가서는 미리 주문제작한 케이크를 찾아 아빠를 위한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다. 케이크 값이 난리인 요즘 시기에 꽤 저렴한 가격으로 케이크를 살 수 있다. 17000원으로 배달까지 해주다니! 그렇지만, 퀄리티가 썩 좋지는 못한 점은 이해하자. 가격으로 추억을 살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매주 일요일, 밤 9시 다낭 시내의 용다리에서는 불쇼가 열린다. 운이 좋게도 첫날이 일요일이어서 큰맘 먹고 엄마와 용다리 구경에 나섰다. 밤의 다낭은 제법 다른 느낌이다. 한강을 따라 지나가는 크루즈들, 빌딩의 불빛들이 이곳이 관광지임을 더욱 상기시킨다.
용쇼를 기다리면서 들리는 강남스타일... 여기 홍대 아니에요.
9시가 되기 10분 전부터는 교통을 통제한다. 안정상의 이유 탓.
이윽고 용쇼가 시작되면 갑자기, 어떠한 신호도 없이 용이 불을 내뿜는다. 생각보다 불이 세서 열기가 피부로 와닿는 수준. 약 5분간 불을 내뿜더니 이내 물쇼를 시작하는 용님... 덕분에 엄마와 워터밤을 즐겼다고 한다.
10분간의 물불쇼가 끝나고, 다리 위의 통제가 풀렸다. 베트남 와서 확실히 이곳이 베트남이구나를 느꼈던 요소는 오토바이였다. 베트남 인구의 7,80%가 애용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오토바이는 생계수단 그 자체이다. 2~3명 타는 건 기본인데 정작 제대로 된 교통신호는 없는 것이 신기하다. 그들 나름의 절차와 방식으로 규칙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그래도 하이바는 꼭 쓰더라! (아마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나 싶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타이거와 한시장에서 산 애플망고를 손질해서 먹었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마음껏 못 먹으니까 이때라도 많이 먹어둬야 한다. 확실히 애플망고는 일반 망고보다는 더 달아서 더 맛있다.
계획했던 대로 순탄하게 흘러갔던 하루라 이 여행의 가이드인 나로선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하루였다.
내일도 오늘만 같아라. 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