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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 ming Jan 16. 2024

바나힐에 반하기

2023년 8월 21일


신짜오~ 여행 둘째 날이다.



아침은 뭐니뭐니해도 호텔 조식이지! 적게 담아서 그런 거지 꽤 메뉴가 많았다.

기대와 달리 화이트 로즈는 맛없었지만.. 오늘은 바나힐에 갈 예정이라 든든히 먹어야 한다.


다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꼭 가야 하는 곳이 있다. 'Ba na hill'.

우리가 있는 다낭시내에서 바나힐까지는 차로 4,50분 걸리기 때문에 이동할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1. 택시기사와 가격흥정을 통해 왕복하기(택시기사님은 주자창에서 기다리심)

2. 그랩으로 갈 때 부르고 올 때 부르고(가는 건 쉬운데 오는 게 어려움)

3. 여행사 투어 상품 이용하기


이왕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니까 돈을 더 내더라도 편하게 가자는 마음에서 3번을 골랐다.

지정된 장소에서 모여 그룹끼리 벤을 타고 바나힐로 가서 오후에 다시 벤을 타고 오는 식이다.


8시 반까지 집합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Day la coffee & bed


집합장소 바로 옆 카페가 맛있다는 투어 후기를 보고, 카페 쓰어, 박씨우, 코코넛 커피를 시켰다.

'쓰어'는 베트남 말로 연유인데 박씨우도 연유커피라고 한다. 그러나 박씨우가 카페 쓰어보다 덜 달아서 개인적으로 나의 취향에 가까웠다. 이 가게의 커피 맛이 다 진하고 깊어서 정말 맛있었다. 어제 먹은 콩카페의 커피보다 더 맛있었다! 가게 내부 안에는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더욱 좋았던 곳.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바나힐 입구에 도착했다. 굉장히 멋진 소림사에 온 기분(?)



미리 여행앱을 통해 모바일 입장권을 주문했던 터라 입장은 프리패스로 들어갔다. (현장에서 발권하면 대기줄이 어마어마하다.. 차라리 돈을 더 주더라도 시간을 사는 것이 낫다.)


바나힐은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한 놀이공원이라 어떤 코스로 케이블카를 탈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TOC TIEN 역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타고  랭도쉰느역에 도착 -> 바나역에 중간 경유 ->  MARSEILLE 역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선택했다. 역마다 타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코스를 짜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특히, 오후가 갈수록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놀이기구를 많이 타고 싶다면 랭도쉰느역으로 바로 향하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를 타로 가는 중에 만날 수 있는 연못. 빈티지한 분위기가 너무 예뻤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답게 올라가는데만 20분 넘게 소요된다. 속도가 매우 빠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걸린다. 프랑스는 어떻게 이런 산봉우리에 휴양지를 건설할 생각을 했을까. 적응을 넘어 개척한 인간의 정신이 놀랍다. 위로 향할수록 한층 더위가 가시면서 선선해진다. 정상에 도착했나 보다.



오 유니버셜 느낌인걸~ 프랑스식 놀이동산답게 건축물 양식이 유럽스타일이다. 또 다른 세계에 초대받은 느낌이 생경하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었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판타지 파크! 루지를 타기 위해 서둘렀다. 인기가 제일 많은 곳이라 최대한 오전에 줄을 서야 한다. (다행히 20분 만에 탈 수 있었다.) 루지의 작동방식은 수동인데 브레이크를 안 걸면 생각보다 속력이 엄청나다.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는 부모님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다음으로 탄 놀이기구는 요거. 미니 자이로드롭 같은데 판타지 파크 내부에 떡하니 위치해 있다. 재밌긴 한데 은근 울렁울렁~ 밥 안 먹고 타길 잘했다. 이외에도 즐길거리가 많아서 시간만 많으면 이곳에만 있어도 될 듯하다.



판타지파크를 나와 식당가로 향하는 길. 거리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Brasserie


참고로 바나힐 식당가는 가격이 꽤 비싸다. 한국 놀이공원처럼 관광지 버프를 받은 가격들. 1.5배 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찾은 곳은 'Brasserie'라는 이탈리아 식당으로 규모가 꽤 크다.


베트남 로컬 맥주 333과 올리브스파게티, 새우버거, 토마토 바질 피자를 시켰는데, 처음에 반신반의하며 들어섰던 것과는 달리 음식 맛이 다 새롭고, 맛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엄마의 원픽이 파스타랑 햄버거일 정도로 특이하면서 퀄리티 있는 맛. 평소에 우리가 먹는 양식과 조금 다른 특별함이 돋보였다. 이 맛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여하튼 우리 가족의 입맛에는 잘 맞았다. 바나힐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면 강력추천!



그림 같은 사진. 핑크색 성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관계상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친구들과 오면 더 샅샅이 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부모님의 체력을 고려해야 하므로...

젠장 왜 내가 내려가려 하면 날씨가 좋아지는지?



중간 정착역이 바나힐역에 내렸더니 바로 눈에 보이는 Golden Bridge. 다리를 손으로 받치는 디자인을 상상한 것보다 그걸 정교하게 구현해 낸 게 대단했다. 헤라클레스가 생각나군.

아쉽게도 오후엔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이쁘게 담기지 않았지만, 그것 나름대로 스산한 분위기를 주었다.

(인파를 피해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아주 이른 아침이나 아주 늦은 오후에 오자.)


이밖에도 주변에 정원, 린응 사원, 와인셀러 등 구경할 거리가 많으므로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방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히 곳곳에 흘러나오는 프랑스 샹송이 인상적이다.



하루종일 걸어 다니느라 지친 부모님을 이끌고 얼른 마르세유역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점점 느껴지는 습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얼른 벤 기사님에게 연락을 했고, 다행히 예정시간보다 일찍 바나힐에서 바나힐 시내로 이동할 수 있었다. 벤 투어가 더욱 만족스러웠던 건 다낭시내 내 원하는 도착지에 내려준다는 것. 생각하건대 이것도 우리밖에 벤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시는 것 같다. 무한 감사.. 많이 버세요.


목식당


많이 피곤했는지 40분을 차에서 꼬박 잠들고, 목식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다낭 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식당 중 하나로 tv에도 자주 노출되었다. 에어컨 자리는 미리 예약해야 될 정도.

무조건 시켜야 하는 랍스터와 해물볶음밥, 조개죽을 시켰는데 랍스터의 경우 직접 kg을 재서 현장에서 쪄준다. 양념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갈릭, 크림 반반씩 주문했다. 주문과정에서 엄마와 한차례 다투느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지만, 확실한 건 조개죽이 맛있었다는 거. 아는 형님에서 서장훈이 왜 이 조개죽을 극찬했는지 알만하다. 그 외에 다른 메뉴는 무난했다. 한국에서 엄청 비싼 랍스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데 메리트가 있는 듯하다.



저녁도 먹었겠다 근처에 있는 미케 비치에 들려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름인 만큼 많은 사람이 수영과 액티비티를 즐겼다. 엄마와 한바탕 싸워 지친 나를 풍경이 위로해 주는 느낌.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아이유의 노래 중 '아이와 나의 바다'가 떠올라 가사를 곱씹어보았다.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힘차게 달리는 아이를 보며 괜스레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괜스레 비교해 보게 된다.

여행의 이런 낭만적인 구석은 사람의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삶에게 지는 날도 있으니 엄마랑 화해하고 남은 여행을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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