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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중국 국경 넘기

2024년 7월 5일

by 모건씨


좋은 기회로 몽골에서 5개월 동안 인턴십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몽골은 무비자 3개월 체류만 가능하여, 비자 연장을 위해서는 주변 국가로의 방문이 필요하였다. 이를 비자트립이라고 한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내륙국가였기에 선택지는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 중 하나였다. 러시아의 경우 전쟁으로 인한 치안 문제, 향후 미국 입국 시 불이익 등의 문제로 중국을 다녀오기로 결정!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몽골과 한국의 외교상황 악화 때문에 항공을 이용할 시 몽골로 입국할 때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나를 포함한 인턴 동기 4명의 경우, 비자트립 후에도 계속해서 몽골에서 일을 해야 했기에 돌아올 확률을 높여야 했다. 결국 상대적으로 입국심사가 쉬운 자민우드(몽골)에서 얼롄(중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비자트립 당일, 오후 일찍 퇴근을 하고 울란바토르 시내에 위치한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규모가 아담한 편이지만, 구소련 건축 느낌의 멋스러움이 드러나는 곳이었다.



기차역 내부의 모습. 러시아로 넘어가는 기차도 운행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꼬박 하루를 타게 될 기차! 진한 민트색감의 빈티지스러움이 늦은 햇살에 비쳐 멋을 자아냈다.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기차가 몽골에서 촬영했다고 들어서인지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던 순간이었다. 국제선의 경우 기차 탑승전 역무원이 여권을 검사한다.



기차 내부는 클래식하고, 엔틱한 감성이 가득했다. 한 칸에 1층 침대 2개, 2층 침대 2개 총 4인이 잘 수 있는 구조였는데 시설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빵빵하게 틀어주는 에어컨! 여행의 기분을 한층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슬리핑 기차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느리게 가는 창 밖 풍경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과 가축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동안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 내려놓기. 몽골의 여름은 해가 길다 보니 오랫동안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이 좋게도 내가 탑승한 칸에는 외부인이 없어 동기들끼리 밤늦게까지 자유를 즐길 수 있었다. 역무원이 따로 이불과 베개커버 등을 제공해 주시기 때문에 청결의 측면에서도 대만족스러웠다.


침대마다 조명이 있어 개인시간을 가질 수도 있으나,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없어 메모장에다 일기를 쓰다가 폰이 꺼져버렸다. 결국 강제취침. 덜컹거리는 기차의 진동을 느끼며 잠을 꾸역꾸역 청했다.





투박한 잠자리에 얕은 잠을 자다 이른 아침잠에서 깼다. 사뭇 달라진 바깥 풍경의 모습. 역무원이 이불을 거둬가고, 기상을 시켰다. 이윽고, 자민우드를 넘어 중국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였다.



미리 작성해 둔 세관신고서와 여권을 역무원에게 전달한 뒤에 중국 입국 심사관이 기차 안으로 들어왔다. 단정한 제복과 칼 같은 머리 무새가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여권을 쓱 보더니 건네는 중국말에 나는 '워 스 한궈런'을 내뱉었고, 다행히 별문제 없이 도장을 찍어줬다! 몽골의 사증 도장은 게르모양인데 오른쪽 위에 조그맣게 교통수단이 표시되어 있는 게 귀여운 포인트이다.



여하튼 이렇게 무사히 중국 얼롄에 도착! 중국땅에서 다시금 기차 내부를 보니 신서유기 감성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슬리핑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보는 새로운 경험 덕에 앞으로의 일정이 더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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