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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노스 최민호 Dec 02. 2018

아웃터넷

작가의 서문

작가의 서문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많던 꽃도 다 지고 말았다.      

꽃이 피었던 가지에는 잎들이 무성하게 돋아났다.

밀물같이 밀려오던 관람객들은 다 사라지고, 텅 빈 박람회장은 파도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갈매기 울음소리뿐.     

꽃지 해수욕장은 고요해져 가고, 바다는 더 붉게 물들어 갔다.

귀한 손주라도 되듯 손바닥 위에 애지중지 두 그루 작은 소나무를 키우는 할미 할아비 바위도 수평선을 물들이는 석양의 낙조만 지켜보고 있다.

붉은 해가 바닷속으로 서서히 잠겨 들어가는 황혼의 낙조는 그것을 경치라기보다는 추억이라 보는 것이 더 인간적 이리라.      


누군들 붉게 물들며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자락을 보면서 스쳐가는 추억이 없으랴.     

날마다 저무는 하루이지만 석양을 보면 왜 하루가 아닌 온 세월의 인생이 회상되는 것일까. 

눈이 부셔 쳐다보지도 못했던 한낮의 태양도 황혼 무렵에는 눈이 부시기는커녕 그 찬란했던 우상의 알몸을 속 편히 바라볼 수 있다.     

갈 때가 되면 누구라도 너그러워질 것인가? 

그렇게 아름다울 것인가?     

해가 수평선을 넘어가면 이제 곧 어둠이 찾아들 것이며, 바다 위 저 어디쯤에서 별들이 하나 둘 빛나면서, 또 하루의 과거가 어둠 속에 묻히고 말겠지.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     

그 정신없이 분주했던 24일. 

그렇게 많은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꽃을 보기 위하여... 만발한 세상의 온갖 꽃을 보기 위하여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 작은 섬에 몰려들 줄이야.

하루 평균 7만 명.      

모든 도로는 자동차로 막혀 버리고, 회장 안은 구불구불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 줄의 연속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느꼈던 놀라움과 두려움.      


나는 이 꽃박람회의 총괄 책임자였다.     

꽃에 대해서도, 박람회에 대해서도,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나에게 꽃박람회를 준비한 3년간의 세월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바닷바람 결에 은은히 풍겨지는 유채꽃의 향기, 페츄니아의 다채로운 색상, 장미 화원의 격조 있는 기품.  

유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꽃 한 송이 한송이가 생명이었고 동시에 기적이었다. 

꽃이 없다면 생명 또한 없다. 

꽃이 있어 씨앗이 있고, 씨앗이 있어 생명체의 먹이사슬은 비로소 시작된다.   

저 꽃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온종일 교통에 막혀 파김치가 된 관람객들의, 꽃을 보자마자 피로를 잊고  환희가 서리는 눈빛의 모습.

저 꽃들이 무엇을 했는가?      


생명을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 자연.

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꽃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초 관념적인 대화가 아니라, 실제로 필설이 가능한 대화를 꿈꾸어 보았다.     


"아웃터넷"     


식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 시스템이다.

인간끼리의 인트라넷도 인터넷도 아닌, 꽃과 나무와 진솔한 소통을 하는 채널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진정으로 자연의 소리를 듣고자 원하였다. 

자연과의 유대를 어떻게 도모할 것인지를 식물과의 대화를 통해 엿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현실로 이런 꿈을 실현시키는 이 글을 썼다.     


이 글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를 염두에 두고 가능한 증명을 거치며 썼다.      


'보다 재미있게, 보다 부담 없게' 


라는 모토를 선택하였지만, 진심을 말한다면 수준 있는 탐구를 통해 지식의 기반과 축적이 되는 콘텐츠가 담아지길 진정으로 바랐다.

나의 리얼한 경험이 저변의 바탕이 된 것이기에...     


눈을 들어본다.     

붉게 넘어가는 석양 속에 그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떠오른다. 

새까맣게 탄 얼굴에 24일간을 숯과 같이 검은 속을 태우며 관람객들의 안전과 질서에 애를 쓰던, 잊지 못할 꽃 박람회 나의 동료들, 직원들, 또 자원봉사자들...     

나의 아내와 아들과 딸...     

모두 이 글의 주인공들이다.      


2017년 미노스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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