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만약 오늘 생이 끝났다면
20대 후반의 내 짧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19살 어머니가 나에게 포옹을 해준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19살 고등학교 3학년인 나는 학교 성적으로 내 자신의 가치가 판가름날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성적이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떻게 만들어갈지 막막하기도 했다.
가진게 없기에 여기서라도 남들보다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비어있다. 그래서 텅 빈 공간을 가득채우고 싶었다.
그런 시점에 엄마와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밤 11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던 시기.
엄마와 나는 집이라는 공간만 함께 공유하는 가족일 뿐.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공존하는 사람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기대도 하지 않았던 지리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게 되었다.
숫자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속에서
그 당시 나의 유일한 탈출구 중에 하나였다. 여행을 하는 느낌 그런 순간을 즐겼고
그 즐거움은 순간은 상을 받게 해주었다.
이후 즐거움과 성취감은 또 다른 행복을 주었다.
그래도 엄마와 대화를 하고 싶어
상을 핑계로 대화를 시도했다.
상을 보고 엄마는 3초 정도 빤히 보고 나를 끌어안았다.
그 포옹은 어떤 것들보다 따스하고 포근했다.
엄마의 체온은 나를 감싸주고
그동안의 답답한 체증이 내려갔다.
그 따스한 엄마의 품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내 평생에서.
http://www.bookk.co.kr/book/view/29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