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의 변화를 기대하며
때때로 살면서 마음먹는 것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해야지. 사무실에 일찍 출근해서 글 한편씩 써야지. 퇴근 후에 운동을 주 2회 이상 꼬박꼬박 가야지. 집에 오면 누워서 티브이만 보지 말고 책도 읽어야지. 쉬는 날에는 등산을 하던, 자전거를 타던, 공원을 산책하던 반드시 운동을 해야지. 그리고, 냉장고에 먹을 것이 떨어지기 전에 또 먹을 것을 사들이지 말아야지.
하지만 지금까지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 본 적이 없다. 평일에는 출근 준비에 바빠서 스트레칭할 시간이 없었고, 주말에는 그날 해야 할 일을 오전에 해 치워야 안심이 되는 성격에 일어나자마자 외출하기 바빴다.
사무실에 일찍 출근하는 날은 뭔가를 끄적거리긴 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생각의 표현이었을 뿐이다. 여러 번 읽고 수정을 거듭해서 온전한 글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머릿속의 생각을 두서없이 표현하는 시간만 주어졌을 뿐이었다.
한때는 새벽에 출근해서 글을 썼고, 식사도 건너뛰면서 점심시간에 글을 고쳤고, 여섯 시 너머 업무를 끝낸 후에도 사무실에 남아 아침에 쓴 글을 다시 읽었고 몇 번이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글쓰기가 내 생활의 중심이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통 그렇지 못했다. 코로나 확산이 둔화되어 더 이상 점심을 안 먹는 핑곗거리가 없어졌다. 필라테스를 시작하며 퇴근 이후 글을 수정하던 나의 저녁시간은 운동시간으로 바뀌었다.
작년 겨울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연말까지 두 달 동안은 기존에 하던 발레 수업도 있기에 필라테스는 겨우 일주일에 한 번 갔었다. 작년 말 발레 수업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운동의 중심은 필라테스로 옮겨졌다. 오래전에 잠깐 했었던 기구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야근이 복병이었다. 남들의 출근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일곱 시에 출근했지만 다섯 시에 칼퇴근은 괜히 눈치가 보였다. 종종 퇴근시간이 임박해서 떨어지는 급한 업무가 나의 퇴근을 막았다. 벼르고 별러도 필라테스는 주 2회 가게 되었다.
집에 오면 씻은 후에 침대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처음에는 앉아서 티브이를 보기 시작하지만 점차 등을 침대 헤드에 기대고 눕게 된다. 자연스럽게 티브이를 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머리를 식히며, 생생정보통에서 맛있는 식당 후기를 보거나, 여러 분야의 달인들이 등장하는 가벼운 흥밋거리를 보거나 뉴스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엔 티브이가 딱이다.
한때는 주말 아침에 등산을 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었다. 등산로 입구까지는 집에서 오 킬로 정도 되기에 차를 운전해서 등산로 입구까지 갔다. 정상까지 왕복은 약 육 천보 정도 된다. 중간중간에 계단이 많다. 시간은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생각보다 짧고, 계단이 많은 루트이긴 하지만 더 좋은 루트를 발견하지 못한 이상 이곳에 다녔다. 적어도 겨울이 되기 전까지는. 한 달에 두 번씩.
겨울이 되고 길이 미끄러워지면서 발길을 끊었다. 주말에 일이 있어 일찍 서울 나들이가 잦은 것도 이유가 되었다.
자전거는 거의 이년 가까이 타지 않았다. 주말에 오전에 일찍 일을 보고 들어오면 밥을 지어먹고, 청소를 하고 좀 쉬면 어느새 오후 늦은 시간이다. 그대로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티브이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냉장고에는 늘 먹을 것이 넘쳐난다. 평일에는 집에서 밥을 하거나, 밥을 먹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주말이나 되어야 밥을 한다. 사놓은 식재료를 주말에 요리하지 않으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주말에 카레를 하거나, 김치찌개를 끓이면 그대로 이틀을 먹게 되었다. 식재료가 줄지 않는 이유이다.
때로는 집에 없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햄버거가 그렇고, 자주 사 먹는 김밥과 떡볶이, 찜닭이 그렇다. 갑자기 샌드위치가 당겨서 햄과 야채를 사다 놓으면 한두 쪽 해 먹고 나머지는 그대로 냉장고에 대기 중이다. 그렇게 식재료가 하나 둘 쌓였다.
지난 주말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글귀를 발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결심했으면 머릿속으로 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삶에 변화가 있다는 의미이다. 별안간 늘 마음먹으면서도 한 번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나의 생활이 떠올랐다. 기상 후에 스트레칭이 그렇고, 하루에 글 한편, 운동 그리고 냉장고가 비워지기 전에 식재료를 사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이 그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니. 내가 마음먹은 소소한 몇 가지의 실천을 위해서 이제부터 조금씩 바꾸어야겠다. 나의 생활 패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