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

당신의 미래에 대한 재정 계획

by 오늘도 맑음

지난주 금요일의 일이다. 오후에 외부 미팅이 있어서 약속 장소에 갔다가 뜻밖의 지인을 만났다. 작년 초에 업무 회의로 만났을 때, 지방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고 주말에 새로 발령받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우울한 얼굴로 이야기하던 사람이었다. 지방에서 일 년을 근무하고, 얼마 전에 본래 근무하던 지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업무가 끝난 후 둘이서 카페로 갔다.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그동안 서로의 생활, 업무, 사무실, 가족 이야기까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늦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다.


늘 그렇듯이 이야기 말미에 지인은 자신의 퇴직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퇴직을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의 퇴직 후 생활을 위해 퇴직 연금, 개인연금과 같이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전략적으로 준비해 놓았다. 몇 살에 퇴직할 예정이고, 그 후에는 몇 살까지 어떤 연금을 받고,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되면 자신이 들어놓은 연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때까지 지금의 연금은 연말정산에 얼마나 절세되고 등등. 나를 만날 때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며 연금 활용법을 설명해 주었다.


반면, 나는 지금껏 개인연금은 그 어느 것도 들은 것이 없다. 몇 번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남아 있는 퇴직금은 몇 푼 되지 않기에 나는 퇴직연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서 사실 나의 퇴직금이 얼마인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의 퇴직금 운영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았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퇴직금 중간 정산은 내가 필요해서 신청한 것이 아닌, 당시 회계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직원들 모두 원치 않던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게 된 이상한 상황이 있었다.)


사회생활 초창기에 보험회사에 다니던 후배의 권유로 가입하게 된 개인연금은 아무리 부어도 회사 운영비로 쓰이고 내 앞으로 쌓이는 연금이 없어서 약 삼 년 된 시점에서 해지했다. (내가 가입한 연금은 수시로 자신이 납입한 금액의 운용 상황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삼 년째 보험회사 운영비로 차감되고 내 이름으로 쌓인 연금은 한 푼도 없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입한 보험사는 가입 후 7년 동안은 보험사가 회사 운영비를 먼저 차감해 가고 8년째부터 서야 비로소 개인이 납부한 금액을 운영해서 이익을 내는 구조였다. 당시 언론에서 개인연금의 문제점으로 개인이 납입한 연금을 초기에 보험사가 수수료로 집중적으로 떼어가서 중간 해지 시에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돈이 거의 없다는 점을 종종 다루기도 했다.)


어째튼, 그의 설명을 들을 때마다 나는 지금껏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나 자신을 반성한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퇴직 후의 앞날이 걱정되어 금융상품을 알아보고 연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지 고민했다는 그.

사실 '퇴직'이라는 두 글자를 머릿속에 떠 올리면 너무 막연하고 막막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엄두도 못 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살아온 나.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재정 관념은 여전히 구체적이지 못하다.)


불행이나 불운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쩌면 원하건 원치 안 건 내게 펼쳐진 내 삶의 방향은 지금껏 내가 살아온 삶의 결과물이 아닐까. 아주 사소한 생활 습관에서, 아주 미미한 순간의 판단이나 결정에서. 그리고 아주 소소한 나의 성격이나 성향으로부터 형성된 결과.


그와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문득 그가 내 지인이라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끊임없이 내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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