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괴로움

행복한 독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by 오늘도 맑음

나는 몇 개의 독서동아리에 참가하고 있다. 그 모임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한 달에 두 번 격주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독서모임 참가자들은 한 번도 오프라인으로 만난 적이 없는, 오직 독서토론을 위하여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참여자들은 - 서로에 대한 사적 질문은 없었지만 - 창작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로 짐작된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지만,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보통 서너 명이 참가해서 주로 사회과학, 인문과학 분야의 책을 읽는다.


책 편식이 심한 나는 이 모임이 버거울 때가 종종 있다. 읽어야 할 책이 벽돌책 수준으로 너무 두꺼워서 미처 다 읽지 못하고 토론에 참가하는 적도 많다. 사회과학, 인문과학 책이니만큼 전문적 지식을 요하거나, 내가 미처 고민해 보지 못한 분야를 심각하게 철학적으로 다룬 책과 마주할 때는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모임이 내가 처음 참가한 독서동아리라는 점이, 구성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이 담겨서 운영된다는 점이 나를 쉽게 이 모임을 포기하지 못하게 한다. 별도의 리더가 없이 모든 구성원이 돌아가며 읽을 책을 선정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자율적 모임이라는 것이 그리고 이러한 형식으로 모임이 운영된 것이 벌써 삼 년이 넘었다는 것이, 때로는 내게 부담감을 안기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모임에 애착을 갖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매월 셋째 일요일에 진행되는 또 다른 독서동아리가 있다. 이 년 전 나는 모 기관의 독서토론 운영자 과정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그 수업을 들었던 동료들과 과정이 끝난 후에도 자율적으로 독서토론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비슷한 관심사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니만큼, 그리고 함께 과정을 끝냈다는 그 끈끈함이 이 모임을 지속시키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셋째 일요일에 진행되는 독서동아리 모임에서는 연초에 각자 책을 추천하고 논의를 진행하여 한 해 동안 읽고 토론할 도서 목록을 정한다. 그 목록에는 소설, 인문, 사회, 과학, 역사까지 모든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역시 시시콜콜한 개인사는 알지 못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직장인, 가정주부로 구성되었고, 격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에 비하여 독서토론 도서로 비교적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책을 선정한다.


이 외에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내가 진행하는 독서 강좌가 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필요에 의하여 다른 독서 강좌를 듣는 기회가 있다.


내가 진행하는 독서 강좌는 단편소설 위주로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소설책 읽기를 선호하는 나의 독서 편식과 단편소설 읽기와 토론으로 소설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렇게 되면 나의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나는 단편소설을 읽기만 했고, 글은 쓰지 않았다. 나에게는 이런저런 독서동아리에서 읽어야 할 책이 우선이었고, 당면한 현실문제에 급급하여 마음잡고 글쓰기를 시작하기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소설 애호가들이 '소설=장편소설'이라는 인식 탓에 단편소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극소수라서 <단편소설 읽기> 모임 참여자가 드물었다. 매 회 진행을 위하여 단편소설을 여러 번 읽고 나름대로 그 의미를 해석하며 토의할 논제를 고민하고 나에게는 힘 빠지는 일이다.


오늘 나는 내일 참여할 독서동아리에서 지정해 준 책을 읽어야 한다. 읽기에 만만치 않은 예술 미학에 관한 내용이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지인이 진행하는 독서동아리에 참가하기로 했다. 다른 독서동아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참여하는지 현장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함인데, 어제 종일 지정도서를 읽었지만 인간 진화론에 관한 내용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지금 책상에 올려진 두 책을 보며 퍼뜩 든 생각이 있다. 어쩌면 나는 책 읽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의 관심사인 소설 외에 다른 분야는 쉽게 흥미가 일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읽은 책들이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주겠나 싶은 회의가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에 글쓰기 수업에서 참여했을 때, 다른 수강생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자신이 작가가 될지, 행복한 독자로 남을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작가는커녕 행복한 독자의 자격도 못 갖추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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