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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맑음 Jan 18. 2023

여유로운 아침이 주는 행복

나는 하루에 해야 할 일중 제일 우선순위를 주로 오전 시간에 끝내려고 한다. 오전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정오까지이다. 그 시간대에는 글을 쓰기도 좋고, 운동하거나 산책하기도, 마트나 백화점에 가기 좋다. 물론 도서관에 가기에도 좋다.  


그 시간대에는 어디에 있든 하루를 시작하는 활기와 한가로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책상에 앉아도 집중이 잘 되고, 필라테스 수업을 듣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고, 거리에도, 마트에도, 백화점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구경하고 고를 수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연차를 냈기에 오늘 하루만은 늦잠을 자자, 싶어서 다섯  반에 알람을 들었지만 다시 잠을 청했다. 열린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을 때는 여덟 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어제 운동을 못 갔으니 오늘 오전에 운동을 가볼까? 며칠째 도서관에서 책 반납일이 지났다고 문자가 오는데 오늘 책 반납부터 해야겠구나. 그러면 제일 먼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운동을 가면 되겠네. 운동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야겠다. 마트도 들러서 호박과 부추를 사야지.


머릿속으로 동선을 그렸다. 다행히 집에서부터 지하철 한정거장 좀 못되게 떨어져 있는 도서관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필라테스 센터를, 서점을, 마트를 차례로 들르면 거진 집에 가까워진다.


핸드폰 앱으로 아홉 시 반 수업을 예약하고 서둘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이 아홉 시 십 이분. 아홉 시에 집을 나섰으니 십분 조금 더 걸려서 도서관에 도착한 셈이다. 도서관을 나와 필레테스 센터로 향했다.


차가운 공기, 널찍한 팔 차선 도로, 인도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건물. 드문드문 걸어가는 사람이 눈의 뜨이는 한적한 거리. 일렬로 늘어서 있는 앙상한 나무. 구석구석에 채 녹지 않은 채로 쌓인 눈의 흔적.

모든 것이 한가롭고 느긋해 보였다. 더불어 내 마음도 여유로웠다.

      

아침시간에 필라테스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잠에서 덜 깬 근육에 자극을 줌으로써 하루를 잘 보낼 준비운동처럼 여겨졌고, 저녁 수업보다 수강생도 적어서 집중도 잘 되었다. 아침 수강생들은 운동시간에 겨우 도착하고, 운동 후에 종종걸음을 치며 센터를 나서는 저녁 수강생들보다 여유 있어 보였다.  


리포머에 왼쪽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서 오른쪽 다리는 옆에로 뻗은 채 구령에 맞추어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허벅지 안 쪽 근육이 당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운동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짧은 순간의 행복감이 오늘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에 단 몇 분의 행복 덕분에 힘든 매일매일을 견디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저트를 한 입 먹었을 때 입 안에 퍼지는 그 달달함이, 운동할 때 고통과 수반하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개운함이, 필수품은 아니지만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한 소소한 물건들이 주는 위로가, 천진난만한 내 아이의 웃음이 우리를 힘든 현실 속에서도 하루하루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아닌지.


아침에 눈을 뜨면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계적으로 일어나 서둘러 출근하던 매일매일 속에서, 연차를 낸 오늘은 평소와 다른 느긋한 아침시간을 보냈고, 나의 의지대로 일정을 짰고 하루를 보냈다. 오늘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가득찬 안락함이 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내는 힘이 될 것 같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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