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수준도 쉽지 않다.

사업을 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by 정철민

예전 직장인으로 있을 때는 자영업자나 영세한 사업체를 보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업무처리를 너무 비효율적으로 한다거나 어떻게 마케팅을 이런 수준으로밖에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웨이팅을 칠판으로 써서 일일히 사람 이름을 호명하며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싫었고, 직원이 너무 바빠서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지연되면 "아니 이렇게 손님이 많고, 일이 많으면 직원을 더 뽑지 도대체 사장은 뭐하는거야?" 과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조그만 스타트업을 운영해보니, 사업체를 5년 이상,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 / 대표님들이 모두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조그만 구멍가게, 동네 태권도장, 미용실 사장님조차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외부에서 볼 때 그들은 굉장히 평범한 수준일 수도 있는데, 사실 그런 수준이 유지되려면 모든 방면에서 신경써줘야 평범한 수준이 되는 거다. 즉, 그 정도 평범함을 유지하고 있는 건 적어도 '아마추어'는 벗어난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부끄럽지만 1년간 대표번호가 없고, 법인용 휴대전화번호 010-XXXX-XXXX이 전부였다. 비용측면에서 그것이 저렴했고 유선전화를 놓는 것보다 공기계에 알뜰폰 사업자로 놓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어떤 고객이 "도대체 회사가 1588 같은 대표번호도 없고, 010이고 뭐 이래서 신뢰가 안 가서... 계약은 못 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회사라면 당연히 대표번호가 있는 것이고, 그게 평범한 것이지만 그 수준도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우선 유선전화로 할지, 인터넷 전화로 할지 .. 어떤 방식들이 있는 지 조사해야하며, 이 중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평이 괜찮은 업체를 또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꼬박 하루가 걸릴 것이다. 견적서를 받고 계약을 체결하고... 번호를 결정해야한다. 1555-7894? 입에는 착 붙나? 1555가 있고 1588이 있네? 앞번호에 따라 가격이 다르네... 또 이 전화는 어떤 직원이 받을것이며, 그 직원이 휴가고 재택 중일 땐 어떡할 것이며, 받는 시간대는 언제언제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도 결정해야한다. 고객이 볼 때는 그냥 대표번호 하나도 없네? 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결정사항들이 따르다 보니 미루다 미루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결국 아톡비즈를 쓰고, 대표번호 1555-7894(집 팔구 사)로 결정해서 담당 직원을 배정해뒀다. 그 직원에게는 전화를 받는 법, 그리고 아톡비즈 앱을 쓰는 법까지 교육을 시켜야 비로소 준비가 된다. 평범한 대표번호 하나도 어려운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눈은 높다. 이제는 회사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정도는 운영해줘야한다. 검색했는데 사용후기가 하나도 안 나오면 안 되므로, 블로거 체험단도 모집하고, 때로는 언론사를 이용해 회사 홍보도 해줘야한다.


직원을 하나 채용해야할 일인데... 예전 직장일인때는 " 아니 그렇게 바쁘면 뽑으면 되잖아요? " 이지만 사업주가 되어보니 그렇지 않다. 5인 이상 사업체라면 고용노동법도 신경써주어야 하며, 책상자리는 있는지, 노트북이나 PC는 있는 지, 채용공고를 올리는 일, 면접을 보는 일, 최종 연봉 협상을 하고 첫 출근하면 WiFi비번부터 화장실 위치 안내까지 모든 온보딩 프로세스까지 다 해줘야 한다. 대표입장에서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에 비해서 바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한번 채용한 직원과 이별하는 과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주를 주면...? 또 대표 전화번호를 놓았던 과정이 반복된다. 업체를 알아보고 미팅하고, 조율하고 핏을 맞추는...


결국 사업체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수준'까지 올라오는 게 참 쉽지 않더라. 그래서 지점2개에 직원 6명을 두고 있는 딸래미 태권도장 관장님만 봐도 존경스럽다. 딸래미가 하원하면 부모들 휴대전화번호로 하원했다는 문자메세지가 자동으로 온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고객서비스는 또 어찌나 만족스러운지... 와이프는 내가 창업을 하고 사업체를 칭찬하는 말을 더 자주 한다고 한다. 창업을 해보니 세상의 모든 사장님, 대표님들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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