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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Nov 25. 2018

[인도네시아] 해외 출장은 처음이라(2)

2박 3일 짧은 출장, 배우고 느낀 게 많았던 나의 첫 출장기

인도네시아도 인도만큼 프로세스가 느리다니.. 지금 이거 실화야?

Feat. 인도네시아 관공서 출동

인도에서 살았던 나는, 인도만큼 세상 일처리가 느린 곳은 없다고 믿어왔다.(물론 한국만큼 빠른 곳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호텔에서 오피스까지 걸어가는 길


칭찬으로는 부지런하지만, 돌려 말하자면 징그럽게 독한 사람이 나라고 생각한다. 새벽까지 꾸역꾸역 여유를 부리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호텔 투어를 했다. (컨벤션 호텔이라 볼 것들이 꽤 많았다) 조식이 포함이라 6시 땡 하자마자 아침도 먹으며 여유 부려보고, 7시 30분경 오랜만에 만나는 인도네시아 직원 A가 픽업을 와줬다. 호텔에서 걸으면 한 10분? 정도 거리의 오피스라서 같이 걷기로 했다.


아침이 되니 확실히 엄청 덥다는 걸 느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걸으면서 풍경도 조금 구경해보았다. 호텔 바로 옆에는 Food mall 이 있었고, 왠지 느낌은 베트남 + 인도 + 말레이시아 같았달까?




오피스 전경


Wework와 비슷한 스타트업 및 많은 기업들이 입주한 건물이라고 들었다. 인도네시아도 테러 및 치안 문제로 인도처럼 어디를 가나 짐 검사를 꼭 하고 들어간다. 사실 매번 귀찮긴 하지만 별로 딱히 열심히 짐 검사를 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짐 검사를 오랜만에 받아보는 내가 좀 당황해하니,


"미안해요. 불편하죠? 잠시 실례할게요"

라고 경비 아저씨께서 해주신 배려의 말씀이 고맙게 느껴졌다.


일단 편의점에 들려 꼭 마셔야 봐야 한다며 A는 내게 아이스커피를 사주었고, 정말 신기하게 이틀간 마신 커피 중 맛이 없는 커피가 없었다. 편의점에서 우연히 다른 스타트업 기업 한국인 이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에 올라가니 이미 다른 직원들이 와 있었다.



도시의 이름이 쓰여 있는 사무실


늘 슬랙으로만 이야기하던 직원들과 처음 만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웠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오자마자 업무를 시작했다. 사실 한국 사무실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업무 환경인지라, 미안한 마음도 들고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을 만큼 서로 밀착되어 있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받아온 임무를 오자마자 완수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업무라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관공서는 연락이 되지 않고, 애가 타서 결국엔 직접 A와 나는 관공서로 찾아갔다. 찾아가는데 시간이 소비되고.. 가서도 아무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내일 다시 예약하고 오라는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예전에 인도에서 살 때 '도' 닦던 나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렇게, 오며 가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전 업무가 끝이 나 있었다. 그래도 이동 중에 여러 가지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문제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밀리기 시작해서 슬슬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와중, 점심시간에 주변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길래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만찬의 점심



원래 다들 간단하게 먹는데 내가 와서 이렇게 맛난 걸 먹을 수 있다며 고맙다고 하는 착하고 고마운 직원들.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한눈에 봐도 부촌의 레스토랑 거리였다. 유명하다는 초밥집에서 점심을 두둑이 먹고 이제 사무실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Grab이 오질 않는다. 정말 모든 프로세스 하나, 하나가 굉장히 느리다는 걸 느꼈다.


“설마.. 맨날 이러겠어..?"라고 생각해보다 보니, 인도에서도 늘 그랬다. 어쩔 수 없이 문화적인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종교 그리고 기도 시간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이란 것도,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는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중간중간 기도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밥을 먹고 돌아왔는데 다들 한 명 한 명 사라지길래.. 뭐지? 하고 물어보니, 다들 기도를 하러 간단다. 한 여직원이 가지 않길래 왜 안 가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무교+기독교 베이스라고 내게 말했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기독교고 엄마는 무교라고 한다.


인도인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힌두교'를 믿는 친구는 알고 있었지만,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무교인 사람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나는 무지했다 다시 한번)



그렇게 다들 각자 업무를 보고, 바쁘게 하루가 지나고 나니 벌써 퇴근 시간. A의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던 터라 그의 집에 함께 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하길래, 순간 '태국 버스'가 오버랩되며.. 제발 부탁인데 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러니, 택시를 타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내가 생각하는 버스가 아니라며 믿고 따라오라고 했다.



편리한 교통



자카르타에도 있는 버스 전용차로


한국에도 있는 버스 전용차로가 인도네시아에도 있었다. 그리고 버스는 굉장히 쾌적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당황하기 시작했다. 버스는 마치 한국에 있는 버스보단 덴마크 버스랑 더 구조가 비슷했다. 신기한 점은 '버스 보이' 가 있었다. 옛날 한국에서처럼 승하차를 도와주는 서서 운행을 돕는 사람이 있었다. 확실히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교통체증이 없었고 빠르게 A가 사는 동네로 갈 수 있었다.



하루에 두 끼를 책임지는 '집사'님



길냥이들의 천국, 인도네시아


버스에서 내려 그의 집으로 걷는 길, 오토바이도 많고 로컬 음식들도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동남, 남아시아의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가는데 유난히 많이 보이는 고양이와 먹이를 주이는 사람들.


"와.. 뭐야? 왜 이렇게 고양이가 많아?"


A의 피셜로는, 적어도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집사'라고 했다. 너무 신기했던 건 고양이들이 모두 다 너무나도 순했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도망가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생긴 것도 다들 너무나도 순했다. 그리고 동네에서 만난 아저씨는 4명의 냥이들의 식사를 챙겨주시길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진 찍고 글을 써도 되냐니 흔쾌히 괜찮다며 포즈를 취해주셨다.


여담이지만, 동물들도 그 나라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덴마크에서도 그랬고..



진짜 최고 맛있는 사떼이



그의 집에 가니, 정말 대가족이 살고 있었다. 집에 있는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로 만찬이 준비되었다. 사떼이부터 집에서 직접 만든 나시고랭까지.. 나는 원래 인도네시아 음식을 좋아하는데 현지 와서 먹어보니 정말 더 맛있다고 생각했다. 피곤함이 싹 가셨달까..


그렇게 그와 다시 밥을 먹고 딥 토크를 했다. 업무에 관련된 것들이 주로 된 토크였고 그의 와이프와 둘이 마사지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현지인들이 자주 간다는 강추하는 마사지 샵. 사실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너무나도 좋아서 감동했다.



하루의 마무리는 마사지




호찌민에서 마사지를 받았을 땐, 정말 기대가 너무 컸는지 매번 실망하고 돌아왔다. 방콕에서는 군 말없이 너무 좋았다. 자카르타에서는 사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터라 원래 마사지받을 생각도 없었는데, 내가 오늘 하루 너무 피곤해하니 추천해주어서 가게 되었다.


1시간 30분에 가격은 2만 원. 시설이 막 좋거나, 고급스럽진 않지만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정말 아프지 않게 받는 마사지는 처음이었다. 시원하고 릴랙스가 동시에 되는 마사지.


하루 열심히 일을 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으니,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 생각하며 1시간 30분을 즐긴 후 A와 그의 와이프가 차로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공감이 가는 것도 가지 않는 것도 많았지만 결국 우리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과 문화적, 정서적 차이가 크구나를 느꼈던 날이다.


물론, 그다음 날이자 출장 마지막 날이 피크로 힘들 줄은 몰랐던 날이기도 하고..



- [인도네시아] 해외 출장은 처음이라(3)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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