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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Nov 25. 2018

[인도네시아] 해외 출장은 처음이라(3)

2박 3일 짧은 출장, 배우고 느낀 게 많았던 나의 첫 출장기

하루만 이곳에 더 있고 싶다


아침에 호텔에서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첫 번째로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었고 두 번째로 정말 일만 하다 오늘 저녁에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직원들하고 더 많이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고, 문화도 알고 싶었고 구경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으로 온 것이 아닌, 출장으로 왔기에. 나중에 꼭 휴가로 다시 인도네시아에 오겠다고 생각하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아침 많이 먹지 마! 같이 미고랭 먹자"


A가 전화를 해왔다. 예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내 인도인 친구가 인도에 살 때 나한테 미고랭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 후 나는 미고랭에 빠져 가끔 집에서 만들어 먹곤 했었다. 현지에서 먹는 미고랭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아침엔 과일 몇 조각을 먹고 혼자 걸어서 출근을 했다.


바쁜 도시, 한국이나 다름없이 다들 바빠 보였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많고, 모두들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짐을 놓고, 아침을 먹으러 회사 옆에 있는 로컬 구내식당(?)을 갔다.



미고랭


역시나 역시는 역시였다. 너무나도 맛있어서 감동을 했다. 우리나라의 라면과 비슷한 미고랭. 사실 건강엔 좋지 않은 인스턴트 음식이지만 정말 세상 맛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A는 일본 가는 일정에 인사만 하고 회사를 떠났고 나와 두 여직원만 남게 되었다. 그중 한  직원과 나는 다시 어제 다녀왔던 '관공서'에 가기로 되어있었다.




쓸 때 없이 불편한 일처리 시스템


어제 분명히 관공서에 갔을 때,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오자마자 12시, 점심시간이 끝난 후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9시에 다시 가서 표를 뽑고 돌아와서 12시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그럼 아예 9시에 가서 기다리면 되는 것 아닌가? 왜 대체 예약이 필요하지?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했으나, 이 나라의 시스템이 그런 걸 어찌하겠는가. 그러려니 하고 먼저 9시에 현지 직원이 표를 받으러 갔다. 역시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일이 없구나라며 좌절했지만.. 어쩔 수 없기에, 내가 원래 해야 하는 한국 업무들을 먼저 처리하기 시작했다.




고마운 선물


갑자기 한 직원이 내게 선물을 건넸다. 한국에서 사다준 화장품과 과자에 대한 고마움이라며, 나를 위해 과자와 립스틱을 사 왔다고 했다. 어찌나 진심으로 고맙던지 취향까지 딱 맞는 립스틱 색깔에 감동했다.



할랄 립스틱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은 '할랄' 고기를 먹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인도에서도 굉장히 보편적이었고 심지어 초코파이도 할랄이었다. 선물 받은 립스틱이 '할랄'이라고 하길래 깜짝 놀라서 물어보니, 립스틱도 할랄이 있다고 한다! 할랄 시장이 점점 커진다고는 들었는데.. 립스틱마저 할랄이라니.. 신기했다.


그렇게 둘이 사무실에 남은 나와 마케팅 디자이너인 S는, 각각의 업무를 보다 한국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등 많은 질문들을 받았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해 본 경험이 있는 S는 한국에 대해 꽤나 많이 알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11시인데, 8시 30분에 나간 다른 직원이 돌아오지 않길래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연락을 해보니, 거의 울먹이며 전화가 왔다.


"내 번호표가 51번인데.. 아직도 앞 차례가 43번이야.."


일처리가 이 정도로 느릴 줄 몰랐던 Y는 9시에 갔으니, 한 시간 이내로 끝날 거라 생각하고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좌절을 하고, 일단은 그러면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가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니 알겠다고 했으나 다시 전화가 왔다.



이슬람 국가에서 금요일이란 


"써니, 여긴 이슬람 국가인 거 알지?..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이고.."


아.. 정말 절망스러웠다. 알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을 못했던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이슬람 국가에선 원래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는데, 특히 금요일엔 '남자'만 한 시간 가량 기도를 한다. 딱 마침 그 시간이 걸려있었던 걸 나도, Y도 깜빡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관공서도 갑자기 모든 일처리를 하던 공무원들이 사라지고, 심지어 돌아오려는데 택시기사들도 기도를 하러 가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늘 나는 저녁에 출국을 하는데, 과연 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생각과 그곳에서 혼자 너무 고생하는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가고 있었다.




먼저 나와 S는 점심을 먹으러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쇼핑몰에 왔고, 음식을 미리 시켜두기로 했다.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Y가 도착했다. 일단은 같이 점심을 먹고 나도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심지어 점심도 너무나도 늦게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30분 만에 후다닥 우리는 밥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교통체증이 너무 심하니,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와 Y는 각각 서로 다른 오토바이를 타고 관공서로 떠나려고 하는데, Y의 업무가 너무 밀려서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노트북을 챙기고 가져다 주기로 했다.


그렇게 또 정신없이 점심시간이 흐르고 돌아와 Y는 나까지 고생할 필요 없다며, 오지 말라고 연락을 했다. 그래서 나랑 S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제 뵀던 한국인 이사님을 다시 뵙게 되었다. 그리고 사무실에 방문해 다른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그쪽 마케팅 직원과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으나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Y를 걱정하며 너무 피곤해하는 나를 보며 S가 내게 말했다.



숙면실과 기도실


"써니, 너 진짜 쓰러질 거 같아 보여.. Sleeping room 가서 자고 올래?"


기도실이 있는 건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숙면실이 당연하다는 건 내겐 충격이었다. 가끔가다 숙면실이 있는 회사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보통 야근을 한다거나 그럴 경우를 위한 것이라고 여겼는데.. 여기선 꽤나 당연스럽다는 것이다. 일하다가 너무 피곤하거나, 또는 오늘 하루 업무를 다 마쳤으면 거기 가서 쉬어도 된다는 것.


신선한 충격이면서 부럽기까지 했으나, 동시에 이런 마음이 들었다.


'이 나라는 대체 언제 일하지? 기도하고, 자고..'


하지만, 내겐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던지라 그런 여유를 부릴 수가 없어 일단 Y를 기다렸다.





Y가 드디어 하루가 다 끝나갈 무렵, 돌아왔고 드디어 해결해야 할 일이 끝나서 안도가 드는 동시에 너무나도 미안했다. 따라갔었어야 했는데, 혼자 보낸 점도 미안했고 시간이 오래 걸려 내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착한 마음에 되레 내가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


감사의 의미로, 아래 있는 좋은 카페에서 시원한 프라푸치노와 쿠키를 사다주고 나도 한 숨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돌라가니 어제 봤던 N도 회사에 왔다. 인턴인 N은 내가 오늘 떠나서 얼굴 한 번 볼 겸, 저녁을 같이 하자고 출근을 했단다.


그렇게 업무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호텔 바로 옆에 있는 Food mall에 가는데, 비가 오길 시작했다.



"오늘 하루는 정말 하드 캐리야 그렇지?"


우리 넷 다 웃으며, 결국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소나기가 정말 자주 오는 듯하다)


그렇게, 도착한 레스토랑에서 나의 출장이 끝나갔다.





어딜 가도 흡연 가능


흡연자들에겐 천국일지도 모르겠는 인도네시아. 어딜 가도 흡연이 가능하다. 되러 식당에서 비흡연공간을 따로 부탁해서 가야 할 정도로, 정말 어. 디. 서. 든 담배를 필 수 있다.




우린 모두 비흡연자라, 비흡연석으로 갔고 여러 종류의 음식을 시켰는데 그중에 내 눈에 띈 닭발



저번에 베트남 갔을 때도 먹어봤던 닭발. 인도네시아에서도 먹는 줄 몰랐다!


특이점은, 닭발인데.. 맵지 않다는 점이다. 빨갛게 보여도, 먹으면 달달한 맛이 난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기억에 남는 것들이 몇 개 있었는데,



보수적인 듯 보수적이지 않은 문화


보통 이슬람 국가라고 하면,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인도네시아는 좀 헷갈린다. 일단 무슬림이지만 히잡 쓰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 번 쓰게 될 경우, 계속 써야 한다는 사실.


하지만, 기도는 꼭 하루에 5번씩 한다는 사실. 되레 내가 아는 중동 친구들보다 더 기도를 열심히 한다.


두 번째로,

연애에 대한 자유가 있다.

보통 이슬람 국가를 보면 '연애'에 금지되어있는 곳이 많았다. 해도 비밀로 몰래 한다거나.. 그리고 인도 같은 경우는 힌두도 이슬람도 부모님이 정해준 결혼, 즉 정약 결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선 연애와 결혼은 따로라고 한다.



그렇게, 정말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동안 나누었고 밥을 다 먹고 호텔로 3명의 직원이자 친구들이 함께 와서 나를 배웅해주었다. 2박 3일,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글로다 쓰지 못할 만큼의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첫 출장이라 많이 버벅댔던 것 같지만..꼭 한 번 다시 오고 싶은 나라, 인도네시아. 다음 출장을 기대하며 나는 무사히 한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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