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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Dec 11. 2018

내가 만들었던 광고 그리고 카피

마케팅도, 카피라이팅도 멘땅에 헤딩했던 그때

새벽 1시, 자려고 누워서 스푼 방송을 틀었다.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고새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졌다.


듣다가 주무셔도 좋습니다




어떤 한 BJ가 사연을 소개하며 저렇게 말했다. 무려 내가 1년 전에 만들었던 그 광고의 카피 문구였다



나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학 때 Media & Communication 과였다. 그 안에 세부적인 전공은 Journalism 즉, 한국으로 치면 신방과 비슷한 공부를 했었다. (사실 뭘 배웠었는지 기억이 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때 차라리 좀 더 영상이랑 카메라에 대해 배워둘걸, 광고에 대해 조금 더 배워둘 걸 하고 지금 이제와서는 사실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도 그땐 내가 마케터가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렇게, 나는 포토샵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더더욱이 프리미어라는 툴은 더더욱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처음 퍼포먼스 마케터가 되자마자 해야 하는 일은 다름 아닌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이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스푼 라디오의 모든 마케터들은 본인만의 콘텐츠를 제작할 줄 알아야 한다. (2년 차가 된 지금 나는 콘텐츠를 만들지는 않고 있다. 아주 가끔 재 제작 하는 정도다) 그리고 본인이 만든 테스트를 A/B 테스트를 거쳐 예산을 태우고 *광고비를 소진한다는 의미 그 후에 본인이 만든 콘텐츠에 대한 분석을 한다.


그래서 아무리 마케팅 전략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합류하게 된다 하더라도, 입사하게 되면 먼저 본인만의 콘텐츠를 뽑을 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난 분명히 포토샵을 잘할 줄 모른다고 말했었는데, 무작정 콘텐츠를 뽑아보라니.. 그래서 그때부터 난 포토샵과 프리미어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림엔 영 소질도 없고 영상을 만들어본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그림을 그릴 줄 몰라 콘텐츠를 제대로 뽑지 못했었지만 결국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가 승부수를 걸은 건 바로 '카피'였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나름 재능이 있다는걸 알아봐주신 마케팅 팀장이시자 이사님의 공이 컸다)





내가 만든 광고는 참 많은 문구 광고가 많았다. 내겐 별 다른 기술이 없는지라, 내가 승부를 봐야 하는 건 바로 텍스트를 이용한 '감성' 그리고 '공감' 콘텐츠이었다.


"듣다가 주무셔도 좋습니다" 


이 문구는 사실 한 유저의 캐스트를 듣고 짧고 명확한 말이 좋아 밤에 듣기 좋은 라디오라는 콘셉트로 광고를 만들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에 누구나 들어도 편한 말이라는 걸 느꼈었다.


그리고 저 광고를 한참 오랫동안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BJ가 저 멘트를 편안하게 자주 쓰고 있는 걸 보니 좋은 카피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 말을 들으면


바로 "아! 그거 스푼 광고" 

라며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저 광고를 제작할 때,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나는 그저 카메라를 하나 들고 어두운 탕비실에 가서 개인 휴대폰에 캐스트를 틀고 사진 한 장을 찍어 카피와 지인에게 부탁한 목소리 음원을 가져다가 6초짜리 범퍼 영상을 만들었었다.




그냥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적었을 뿐인데




여태 만들었던 광고를 통틀어 가장 맨 처음 큰 성과를 보여줬던 광고다. 사실 이 광고가 그렇게까지 공감을 살 줄은 몰랐다. (스푼 광고 자체 및 이 광고 또한 싫어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는 것 또 한 아주 잘 알고 있다)


저 카피는 그냥 어느 날, 내가 겪던 심경을 그대로 솔직하게 적은 멘트였다. 저날 딱 내 기분이 그랬다. 혼자가 편하고 혼자가 좋은데 그날 다라 왠지 외로웠다. 그리고 반응이 엄청났었다. Paid 콘텐츠인데도 불구하고, 댓글,좋아요 및 공유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블로그에 광고에 대한 리뷰와 지식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리뷰는


 "내 마음 같다. 어쩜 저렇게 내 마음을 적어둔 광고가 있을까?"


였다. 누군가에겐 오글거리는 광고였을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힘이 되는 광고였다는 걸 알고 있다. 그저 나는 나의 속마음 몇 마디를 적었을 뿐인데.. 전혀 페르소나 따위, 전략 따위 생각하지 않고 아니 무지한 상태였던 나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공감 가는 글귀를 하나 적었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는 모두 응원이 필요할 때가 있기에




어쩌면 이 모든 카피는 내가 나에게 하던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참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위로가 필요했고 응원이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누군가 광고 영상에 유튜브 댓글로 이런 말을 했었다.


"이걸 보고 힘이 났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왔었다. 한 광고를 보고 힘이 나서 너무 고맙다며, 그 말을 꼭 전달하고 싶었다고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있냐며 말이다.


아닌 사람이 훨씬 많겠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나의 카피로 힘을 얻었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나는 텍스트 영상을 만들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트렌드가 변했고, 스푼은 이제 더 많은 그리고 더 훨씬 훌륭한 영상 제작들이 있고 나는 전략과 데이터 쪽으로 조금 더 집중하게 되었다.


"예전처럼 감성 광고는 이제 안 나오나요?"


그래도 가끔 이런 댓글을 볼 때 뿌듯하고 고맙다. 이렇게 허접하고 간단한 나의 6초 영상을 찾던 사람들이 정말 가끔 있기에.



내가 생각하는 카피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카피는, 어쨌든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전달하는 말이기에 말이다. 공감은 어쩔 수 없이 필수다. 긴 말 그리고 긴 글로 사람을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것은 훨씬 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만들었던 6초 광고에선 빠르고 명확한 hooking 이 필요했었다. 기억남을 수 있는 문구, 음성 그리고 내가 가장 코어로 생각했던 건 공감 그리고 감성이었다. 메마른, 조금만 진지해도 진지충이니 중2병이라고 듣는 요즘 세상에 나는 그래도 그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었고 실제로 좋은 성과들을 불러오곤 했었다. (사실 계속 감성 쪽으로 과해지다 보니 나도 가끔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솔직히 많았다)


 물론 감성적이지 않은 광고 카피들도 꽤 있었다.


* 심심해? 스푼 해!

* 심심할 때 스푼, 학교 갈 때 스푼, 출근할 때 스푼, 잠 안 올 때 스푼

* 온다 온다 잠이 온다, 듣다 보면 잠이 온다.

* 사람이 피로한데, 사람이 필요할 때


퍼포먼스 마케터이자, 콘텐츠 마케터 그리고 카피라이터인 나는 지금도 아니 지금은 더 '카피'에 대한 중요성을 알아간다. 1년 차 때 열심히 나만의 광고 콘셉트를 가지고 콘텐츠를 제작했던 것이 현재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있는지, 텍스트를 이용한 영상들이 누군가에겐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지금도 크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여전히 나쁘게 또는 좋게 입방아에 오르는 나의 예전 광고들이 지금 나에겐 추억이 되었고, 직접 광고를 제작하지 않아도 만드는 이에게 어떻게 가이드를 주어야 하는지 어떤 콘셉트가 어떤 카피가 타깃에게 잘 통하는지에 대한 감이 조금씩 생겨났달까(?) 아직 갈길이 먼 겨우 2년 차 마케터이지만 말이다.


새벽에 두서없이 갑자기 자려다 말고 일어나 글을 쓰니, 또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 이 글의 포인트는 '카피는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카피라는 게, 글이라는 게 기교를 부리면 다 알아챌 수 있다. 나의 텍스트 영상들은 나의 경험과 솔직한 감정에서 나왔고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의 경험과 느낌이기에 평범한 누군가들에게 마음에 닿았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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