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Jan 06. 2019

퍼포먼스 마케터와 개발자가 연애할 때

연애에도 '포스트모텀'을 적용시키기로 했다.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에서 구글의 '포스트모텀' 사례에 대해 읽게 되었다. 그리고 곧장 4년 차 연애 중인 개발자 남자친구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본인이 회사에서 실수를 했던 모든 기록을 보여주였다. 그의 회사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곧장 'Post-mortem'을 작성한다고 한다.




포스트 모텀이란(POST-MORTEM)


포스트모텀은 우리말로는 '사후 분석'이라는 뜻이다

Post는 후에 또는 나중에라는 뜻이 있으며 Mortem은 '죽음'이란 뜻이다. 즉, 어떠한 사건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후에 대한 원인 분석 및 개선점을 방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포스트 모터의 포인트를 살펴보면

(회사에서의 경우)


1. 모든 관계자를 참석시킨다

2. 시간순으로 분석한다

3. 잘된 일과 잘못된 일을 모두 검토한다

4. 책임자를 문책하는 미팅이 아니다

5. 개선책을 도출한다

6. 공개한다


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회사에서 페이스북에 돌아갈 예산을 잘못 설정하여 소진해야 하는 예산보다 훨씬 많이 소진했다고 가정할 경우 어떻게 될까? 나는 일단 먼저 사태를 수습하려고 할 테고, 보고 할 것이다. 그리고 왜 그러한 일이 생겨났는지 알아야 하고 앞으로의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보통 이 모든 것들은 구두로 해결되거나 보통 '경위서'(?)라고 하는 것들을 쓰는 걸로 알고 있다.하지만 이 모든 사건의 뿌리(원인)를 파헤치고 분석하여 앞으로의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는 시스템이라고 하면 되겠다.




그래서, 연애를 마음이 아닌 머리로 하시겠다?


사실 장난으로 뼛속까지 이과생인 개발자 남자 친구가 먼저 제안을 하였다.


"우리 앞으로 싸우고 나면 포스트 모텀 작성할까?"


처음엔 듣자마자 욕을 할 뻔했다.

이 사람이 하다못해 로봇처럼 이젠 연애를 정말 머리로 하자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종종 싸우는 이유가 늘 같았다고 생각되었다. 아무리 내가 마케터가 된 후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게 되었다 할지언정, 나는 굉장히 감성적이고 정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아니 자주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대하는 나의 단점을 어떻게 커버할까 고민을 하던 차라 어쩌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러자. 우리 맨날 싸우면 진짜 크게 싸우잖아. 지겹잖아 안 그래? 저번 싸움을 한번 분석해볼까?"

라고 대답하였더니, 남자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내가 정말 많이 변했다고 하더니 재미있다며 지난번 싸운 것들을 되짚고 문자내역들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왜 싸웠을까?


제1장 모스트 모텀

: 우리는 또 싸웠다, 같은 이유로.


개요

: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했고, 거의 2년이 다돼가도록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 그래서 빨라야 한 달에 한번 또는 길면 네 달에 한 번씩 덴마크와 한국을 오고 가며 만나고 있다. 그리고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재회해야 하는 시점이 와서 티켓팅을 해야 하는데, 그가 또 미루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고 왜 이리 게으르냐며 섭섭한 마음을 내비치다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시간 분석

: 9시 그에게 티켓팅을 언제 할 것이냐고 물었다.

: 9시 02분: 아직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 9시 03분: 그저 '몰라'라고 말한 그에게 섭섭하다고 말하였다.

: 9시 05분: 미안하다고 하지만 요즘 너무 일이 바빠서 정신이 없다고 하였다.

: 9시 10분: 그렇게 일이 좋으면 그냥 혼자 일하고 살라며 화를 냈다.

: 9시 11분: 서로 감정이 격해서 섭섭한 말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등 이런 식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되짚어 보아서 나열했다.


응급조치

: 1. 문자로 하면 서로 감정이 더 상할 수 있으니 통화를 걸었다

  2. 통화를 하다 보니 너무 서로 감정이 격하여 내일 이야기하자며 잠시 싸움을 멈췄다


근본 원인 분석

: 나(마케터)는 애당초 미루는 행동을 싫어한다

  그(개발자)는 명확한 Deadline이 있지 않는 이상, 미리 무엇을 잘하지 않는다.

= 우리는 극과 극의 성향의 사람이다.


5 Why분석

우리는 또 싸웠다, 같은 이유로.

1 Why? 그가 티켓팅을 미루어서

2 Why? 그는 애초 끝에 가서 결정하는 습관이 있다

3 Why? 그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이고, 요즘 프로젝트로 바쁘기 때문이다

4 Why? 그는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를 잘 끝내면 한국에 오랫동안 올 수 있기 때문이다

5 Why? 왜냐면 그는 나를 사랑하고 함께 있고 싶기 때문이고, 나도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섭섭하였다


(조금 오글거리고, 어쩌면 명확한 5 Why가 아닐 수 있다) 왜냐면 이미 다 지난, 옛날 싸움이기에 감정이 모두 수 그라 들었기 때문에..


논의

나(마케터)는 애초 일을 미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개발자)는 애초 모든 것들을 끝에 가서 마무리 짓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가 아직도 티켓팅을 하지 않아서 나는 짜증이 났고 그가 티켓팅을 미룬 이유는 요즘 중요한 프로젝트로 너무나도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한 말에 대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나는 성질이 급한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싸움이 더 오래 그리고 깊게 간 이유는 '장거리' 연애가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시간 차이'의 영향이 크다.  


예방책

1. 나(마케터)는 조금 기다리는 습관을 가진다.

2. 그(개발자)는 명확한 날짜를 정해두고 미리 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해본다.

3. 최대한 빨리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함께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 화가 나면 둘 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싸울 즉시 '하루' 정도는 따로 시간을 보내고 이성을 찾은 후 이야기를 한다.



모니터링

다음 싸움이 일어나면, 전에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싸움이 시작되었는지 확인하고 조금 더 이성적이게 판단하기로 한다.


이런 식으로 한 번 정리를 해보았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의 5 Why와 근본적인 싸움의 원인은 다를 수도 있어서 함께 작성하였다. 사실 저 분석이 조금 덜 매칭이 되긴 하지만..어쨌든, 앞으로의 포스트 모텀을 위하여 한 번 구연을 해보았다. 연애를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마음+머리를 써보도록 했다.


예전 같았다면, 나는 정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미친놈, 뭐라는 거야? 연애를 뭐? 분석하자고? 말이야 방귀야?


하지만, 정말 4년 차 연애에 들어서니 연애에도 분석이 필요하고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달까.. 싸우는 이유는 보통 항상 같은 이유 또는 비슷한 이유였고, 그 근본적인 원인과 뿌리를 알지 못하여 싫지만 그리고 지겹지만 반복되었던 것이다.


연애뿐만 아니라, 내가 실수하고 반복하는 모든 것들을 '포스트모텀'을 통하여 한번 개선해보고자 한다. 그저 벌어진 상황에 대한 자책과 슬픔 그리고 비난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 조금 Great 한 실패를 남기도록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은 '퍼포먼스 마케팅이 날 변화시킨 점 2탄' 이 아니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만들었던 광고 그리고 카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