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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Oct 17. 2020

덴마크 이민은 또 처음이라

이민은 인프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덴마크에 이민 온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되었다. 이 전까지는 놀고먹고 신났는데, 이제 실전에 마주해 쓰라린 패배를 겪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많은 국가에서 유학, 직장, 여행,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해외생활을 오래 해왔지만 '이민'은 또 처음이라 익숙하지가 않다.


매번 누군가 내게 어느 나라에서 살 때, 또는 해외생활 중 가장 힘든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나는 대답할 거리가 없어서 '아플 때'라고 말했는데, 오늘 뼈저리게 느꼈다. 아픈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내가 당연히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본적인 것들을 할 수 없을 때, 많은 것들이 누군가의 또는 무언가의 도움을 통하여 이루어질 때라는 것.


유학 또는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취업으로 인한 해외생활은 그래도 기본적으로 안착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비자를 이미 받고 출국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학교나 회사를 가면 친구나 동료를 금방 만날 수 있다. 또는 국가별로 상이하지만 시스템들이 한국보다 편리한 곳들도 많다. 특히나 언어가 통한다면 말이다. 다만 다 떠나서 이민은 뭔가 되게 다 다르다. 특히나 나와 나의 짝꿍은 덴마크에서 혼인신고와 비자를 신청해야 하기에 산 넘어 산인 케이스다. 짝꿍은 그래도 덴마크에 오래 살았기에 그를 위한 기본적인 모든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만, 난 말 그대로 여기서 모든 걸 0에서 시작해야 한다.


혼인신고 관련 서류를 뽑고 스캔을 해야 하는데, 처음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인터넷에 찾아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고 있어도 멀고, 너무 비싸서 화딱지가 나던 차였다. 거기다가 뭐 이렇게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많은지..


두 가지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골 머리를 앓고 있던 오늘, 대략 서류를 준비하고 에이전시와 미팅을 끝낸 후 글을 쓰고자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일이 하나 터지고야 말았다. 배터리가 없어 충전을 하려고 하던 차, USB를 꼽는 구멍을 스쳤는데 갑자기 탄 내가 나더니 전원이 꺼지는 것 아닌가?


전원이 대체 왜!

그리고선 전원이 아예 나갔다. 더 이상 켜지지도 않고, 탄내가 나길래 어찌나 당황했는지. 화도 났다. 그래도 요즘 일이 바쁘고 힘들어하는 짝꿍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열심히 컴퓨터 수리 샵을 알아보았다. 그나마 가까운 곳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 5분 거리 걸어서 가면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한국이었더라면 많고 많은 수리점이 있을 거고 심지어 출장도 불렀을 거고 방법을 알았을 텐데, 모르니까 무작정 지도를 보고 걸어서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기엔 너무 가깝고, 사둔 자전거는 안장이 높아서 이것도 수리해야 하기에 못 타고, 심지어 렌트를 하고 싶어도 주문한 심카드를 기다리느라 인터넷이 아직 없어서 밖에 나가면 불통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엉망진창 같아서 화가 났지만, 노트북이라도 고쳐두자라는 심정으로 30분을 걸어갔지만, 인터넷이 되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고 겨우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도착했을 땐 수리공이 오늘 갑자기 휴무라며 예약을 하고 오라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인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얼마나 화가 나던지.


사 놓고 못 타는 자전거

그렇게 또 그 무거운 노트북을 매고 집으로 걸어와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각종 서류는 모두 다 다시 작성해야 하고,  흔한 스캔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야 하고, 멀쩡한 노트북은 고장 냈고 말이다. 손쉽게 빠른 것들에 익숙해졌는지 느림의 미학을 잊어버렸는지 화가 치솟았다.


무엇보다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에 자신감이 사라졌고, 그게 뭐라고 그렇게 서럽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러다 연락이 없는 내가 걱정된 짝꿍이 전화가 왔는데 내가 이실직고 털어놓으며 "난 진짜 멍청이야, 덴마크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주 기본적인 것들도 꼭 너를 거쳐야 하고 도움을 필요로 해."


라며, 엉엉 우니 안쓰러워하며 내게 "내가 한국에서 살 때도 그랬어, 너 마음 이해해, 차차 알아갈 거야"

라며 달래주었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노트북은 왜 고장 내 가지고..)


결론적으로 나는 짝꿍에게도 내가 알아서 수리점을 찾아서 꼭 고쳐내겠다고 말하고 다시 찾아서 내일 바로 예약을 해두었다. 이번엔 기필코 스스로 잘 해결하길 바라며, 다시 한번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들을 정리하고 적어본다.


누군가는 나처럼 고생하지 않길 바라며,


코펜하겐에서 프린트 또는 스캔을 해야 한다면,

덴마크에서는 보통 도서관에 가면 무료 또는 저렴하게 프린트와 스캔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지금 코로나로 불가능 한 곳들이 많고, 대표적으로 'Vester Copy'라는 곳에서 할 수 있으며 코펜하겐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코펜하겐에서 컴퓨터 또는 노트북이 고장 났다면 https://pcservicecenter.dk/ 이곳으로 가면 된다. 24시간 안에 수리가 가능하고, 만약 급하게 받아야 한다면 추가 비용을 내면 바로 고쳐준다고 한다. 다른 샵들도 많고, 가격차가 나는데 보통 대부분이 사전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는 점. 나처럼 그냥 무턱대고 가면 문을 닫았거나, 되돌려보내는 수가 있으니 꼭 마음 편안히 먹고 천.천.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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