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짝꿍은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고 앞으로도 덴마크에서 한동안 살아갈 예정이다. 나에게는 크나큰 숙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어떠한 언어와 문화를 먼저 습득하냐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덴마크에 살고 있으니 훨씬 더 빨리 덴마크에서의 삶이 익숙해질 것이며, 이곳엔 덴마크 친구들도 손꼽아 있다.
다만 나의 배우자는 라트비아라는 나라의 사람이며 그의 친구들도 모두가 라트비아인이며, 덴마크와는 조금 많이 다른 성향과 느낌을 띄운다. 그래서 그는 내게 덴마크어가 아닌 라트비아어를 먼저 공부하기를 권장하고, 라트비아 문화를 더 알아가길 바란다. 나 또한 그렇지만 덴마크에 살면서 그게 쉽지만은 않은 길이라는 것과 라트비아인들의 특유의 '차가움'때문에 더욱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덴마크에서의 좋은 기억이 참 많다. 사람들도 속은 모르겠지만 겉으로 대부분이 매너 있고 친절하며 따뜻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지 않아도 내게 먼저 다가와주며, 이미 다인종에 익숙해서 그 어떤 인종을 보아도 쳐다보지 않는다. 심지어 덴마크어로 말을 걸기도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해서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다만 같은 북유럽임에도 불구하고, 북동유럽 라트비아 사람들 즉 적어도 내 배우자를 포함하여 그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 및 내가 아는 또는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첫인상이 '차갑다. 퉁명하다. 무섭다'였다. 모두가 그렇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라트비아를 방문할 때마다 느낀 점은 다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고 때론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유럽 특유의 다문화를 전혀 볼 수 없는 곳이었으며 오직 백인들의 세상이었다.
이렇게 1시간 거리를 두고도 유럽은 다르다. 역사로 인하여 더욱더 그러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나 스스로가 애석하게도 느껴진다. 아무리 친절하게 다가가려고 해도 벽을 치는 라트비아 인들이 내겐 너무 불편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대체 나랑 짝꿍은 어쩌다 함께 하게 된 거지?"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나는 친구들이 세계 곳곳에 있으며 언어, 인종, 국적 불문하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늘 주변에 새로운 사람들과 금방 친구가 되지만 반대로 나의 짝꿍은 손에 꼽을 정도로 친구가 있다. 그것도 모두 유치원 때부터 친구들이며 살면서 더 이상 친구가 왜 필요한지 모르며 남에게 일절 관심도 없다. 친절을 베푸는 이를 이상하다고 여기며, 누군가 도움이 필요해도 내 가족, 내 친구가 아닌 이상 눈길 조차 주지 않는 사람.
덴마크도 비슷한 성향으로 어릴 적 친구와 계속 함께하여,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적어도 그들은 인간적으로 친절하단 말이다! 그래서 짝꿍과 덴마크에 거주하는 라트비아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덴마크인들은 남에게 너무 친절해. 심각하게!"
그리곤 아이러니하게도, 어제저녁을 먹으며 세 명의 라트비아 인들이 "근데 왜 이상하게 우리는 덴마크 친구가 한 명도 없을까?"라고 하길래 속으로 피식 웃었다.
생일에 그가 준비한 진심이 가득담긴 손편지
신기하게도 라트비아 사람들은 또 가까워지면, 가족이 되면 엄청난 사랑과 애정을 쏟아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데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지만 한 번 그들의 신뢰를 얻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것처럼 군다. 배우자만 봐도 그렇다. 그는 세상 진심으로 나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며 만난 그 누구보다 진심이며 눈에서, 행동에서 그리고 말에서 진심이 뚝뚝 흘러내린다.
다만 이런 그도, 가족이 아닌 오래된 친구에겐 여전히 '선'을 긋는 모습에 나는 어제 혀를 끌끌 찼다.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보이는 차가움이 분명 존재한다. 나도 아직은 전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친구, 친구의 여자 친구들만 봐도 온통 그를 복제해둔 것 같아 소름이 돋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덴마크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거나 다른 동유럽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풀어야 할 숙제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써니, 네가 너무나도 외향적인 사람이라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겠지만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린 그래. 더군다나 동유럽, 오랜 시간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라트비아는 외국인, 아니 그냥 남(Stranger)을 무서워하는 걸 거야."
그나저나, 덴마크에서 앞으로 거주하며 일을 할 거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성급한 것은 덴마크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가도 너무나도 미루고 방치했던 라트비아가 눈에 아른거린다.
오늘부터 두 나라를 본격적으로 알아가고, 비교하도록 노력한다! 비록 많은 것들이 주관적이겠지만 말이다.하지만 난 그래도 개인적으로 외관상 미소를 머금고 있는 덴마크의 여유와 친절이 좋다. 그래서 덜 외로울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