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순도 100 프로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전 세계에 단 10% 가 왼손잡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단 1%의 사람만 왼손으로 글을 쓰고 밥을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 단 1%에 속하는 사람이다. 보통 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하여 조금 더 감성적이고 예술적이라는 결과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순도 100% 감성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다. 아니 '이었다'. 직감을 가장 우선시하고, 감성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 내리곤 했었다.
어릴 때부터 숫자를 정말 싫어했다. (지금도 난 사칙연산이 버겁다) 어릴 적부터 수학, 과학을 못해서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니 지금도 사실 난 수학, 과학이 싫다. 난 정말 철저한 문과생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언어를 배우는 걸 가장 즐거워하고 잘한다.
어찌 됐건, 나는 1년 3개월 전 신입 퍼포먼스 마케터가 되었다.
그래서 처음엔 정말 걱정도 두려움도 앞섰다. 숫자와 친하지 않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일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나는 입사 2주 전 회사에 물었던 기억이 난다.
입사 전에 공부 좀 하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린 분석'이라는 책에 입문하게 되었고, 처음 읽을 땐 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그렇게 한 두어 번을 읽고 나니 이제야 이해가 되고 지금은 좋아하는 마케팅 책 중 한 권이다. 알고 보면 더 재밌고 읽을수록 유익하다.
그렇게 지독한 문과생, 순도 100% 감성에 의존하던 내가 '퍼포먼스 마케터'가 된 후 크게 변한 점 2가지는,
1. 정성적인 사고에서 정량적인 사고로 바뀌다
예시 1) 예전엔 20대 초반 '여자'라면 분명히 화장품에 관심이 많을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물론 보편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젠 나의 직감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분명히'라는 말을 못 하겠다.
예시 2) 콘텐츠를 제작했을 무렵엔 '이런 콘셉트는 여자가 당연히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고 테스트를 했다가 예상외로 '남자'에게 호응이 좋았던 적도 있다. 여기도 또 중요한 건 '당연히'라는 말을 못 하겠다.
물론 직감이 맞아떨어질 때도 많지만, 나의 감성적인 면들이 정답일 때도 있지만 이제는 정말 '당연히, 무조건, 분명히' 란 말을 잘 못한다.
그렇게 싫어하던 '숫자'를 보고 판단한다. 결과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정말 '팩트'를 보게 되었다. 이젠 온전히 'Based on data'다.
2.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꼭 업무에서만 작용하는 게 아니었다. 사람 관계에서도 변한 내 모습을 발견하였다. 나는 정말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해 잘 울기도 하고 판단력이 잘 흐려진다. 화가 나면 더 감성적이게 변하고 이성적인 면모가 하나도 없었는데 점차 변하기 시작하였다.
예전엔 무작정 화가 나서 무작정 울기 시작하거나, 걱정만 했다면 이제는 '원인 분석'을 한다. 그리고 조금 나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달까.. 조금 Overthinking 하는 면이 줄고 '팩트'를 제대로 다시 인식한다. 연인과 싸우게 되면 예전에는 무작정 속상해하고 감성적으로 대했더라면,
요즘의 나는
1.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
(그 전엔 '말 안 해줘도 어떻게든 맞춰봐!'였다)
2. 내가 원했던 바가 무엇인지,
어떤 결과였으면 좋겠는지 밝힌다
3.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분석(?)도 하고 가끔 그전에 미리 예측도 한다.
4.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를 의논한다.
(내가 이렇게 변함으로써 최대의 수혜자는 나의 연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업무적인 부분에서 단점도 함께 생겼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조금 더 창의적이고 조금 막무가내인 면이 있었다. 똘끼(?)가 충만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었더라면, 요즘은 너무 정량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이미 알고 있는 데이터 기반으로 어떤 콘텐츠가 먹히고, 맞는지를 알기에 새로운 시도를 조금 꺼려한다거나 창의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도 느낀달까? 하지만 분명한 건, 정성적인 사고도 놓치면 안 된다는 것. 모든 것을 수치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둘 다 밸런스를 잘 맞추도록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끝으로 여전히 숫자는, 데이터 분석은 내게 버겁지만, 마케팅에 필요한 공식들은 암기하면 되는 부분이고, 계산기를 이용해 필요한 수치를 알아내면 되고, 내가 만든, 돌린 광고의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해본 사람들은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이 드는 부분은, 꼭 숫자와 친근한 사람만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조금 더 적성에 맞겠지만.. 또는 더 잘할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도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누군들 못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