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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Dec 10. 2022

해고가 너무 쉬운 나라 덴마크

덴마크에서 직장인이 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매일 아침 누군가의 해고, 퇴사 그리고 입사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써니, 공지 봤어요? 그 대만인 친구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대요. 해고됐대요"


다른 사람들의 해고 소식을 들었을 땐,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싶었다. 하지만 나와 일주일 차이로 늦게 입사한 대만인 동료가 갑자기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같은 부서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하루아침에 해고라니. 무엇보다 그녀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나는 몹시 안타까웠다. 덴마크에 무작정 관광비자로 입국해서 취업에 성공했고, 이제 막 워킹비자를 받아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전이 대단하고 운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되다니. 무엇보다 몇 없는 아시아인 동료 중 한 명이 나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더욱이나 마음이 심란해졌다. 알고 보니 그녀의 해고 사유는 '생각보다 일을 못해서'였다. 이 직설적이고 솔직한 이유를 듣고 나니, 언젠간 해고가 내 차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고용 불안정에 대한 생각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러자 옆자리 덴마크인 동료는 내게 익숙해져야 한다며 나를 다독였다.


“써니, 충분히 잘하고 있고 똑똑한 거 우리 다 알아요. 너무 겁먹지 말아요.”


덴마크는 원래 고용 시장이 엄청 유연하다며. 특히 큰 기업에서는 하루아침에 해고가 되는 게 대수가 아니라고 했다. 말 그대로 회사와 잘 맞아야만, 진짜 본인의 실력이 있어야만, 열심히가 아닌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그 어떤 사유로든 쉽게 해고가 가능하다. 대신 복지 국가답게 실업급여제도가 잘되어 있다. 최대 2년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재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근로자 누구나 실직을 하면 2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덴마크의 실업 보험 제도는 자발적인 보험 제도'라는 점이다.


덴마크 실업 보험제도의 현실


덴마크에서 해고를 당했다고 바로 누구나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로 되어 있는 많은 기사들은 마치 누구나 해고 시 바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해놓았다. 무엇보다 매달 내는 높은 세금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실업 급여를 받으려면 매달 빠져나가는 높은 소득세에 추가로 본인이 직접 실업 보험제도에 가입해야 한다. 즉 선택적으로 추가 보험비를 1년 이상 납부를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의 남편의 경우 지난 7년간 덴마크에서 근무했지만 자발적으로 실업보험 제도에 가입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해고를 당할 경우 그는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음을 뜻한다. 즉 덴마크에서 해고를 당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실업급여를 주며 다음 고용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용 불안성이 주는 깨달음


고용 유연성이 낮은 국가에서 온 외국인인 내게 이 모든 것들은 참 생소하기만 하다. 진짜 차디찬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랄까. 진짜 내 실력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언제 어떻게 어떠한 이유로 해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니,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진달까. 회사는 절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으며, 결국 내가 먹고살아야 할 길을 늘 찾아야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장점이 하나 있다면, 절대 게을러지거나 느긋해지진 않을 것 같다는 점. 결국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잘 버텨나가기로 했다.


덴마크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참 뿌듯했고, 뿌듯하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큰 부담감을 느꼈던 지난 두 달이었다. 정말 힘들게 취업을 했는데 매일 들리는 누군가의 해고 소식에 마음이 쿵하고 가라앉는 것만 같았고, 잠 못 이룬 밤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면 빨리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포커스를 두기로 했다.


버텨보자.

이 타지의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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