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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an 23. 2024

덴마크에서 만난 가장 인상 깊은 한국인 친구

2020년, 덴마크로 이주를 하게 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덴마크 이민 생활과 일상 그리고 각종 여행 정보 등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제대로 각 잡고 쓴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23년 4월 회사를 퇴사하고 거의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구독자가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이어진 좋은 인연들이 참 많다. 온라인상에서 만나 오프라인 친구가 된 경우도 있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소통하고 서로에게 귀감이 되고 응원을 해주 있다.그런데 동시에 나의 상식선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마주치기 일 수였다.


예를 들면 갑자기 전화를 해 다짜고짜 만나자고 하거나 도움을 달라는 사람들, 잃어버린 물건을 가서 찾아달라는 사람 등 나는 상대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했다. 신상정보도 주지 않고 본인의 다급함을 토하며 내게 시간을 내달라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처음엔 내게 연락 오는 모든 이들에게 답변을 했다. 애초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고 겪은 것들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


그 사람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어도 답변은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분이 나쁜 상황에도 예의를 차리고 거절 답변을 보냈다. 혹은 두서없는 말을 하는 사람에겐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해드려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가장 난감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본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내게 털어놓으신 분이었다. 그저 대나무 숲이 필요하셨던 건지 아니면 내게 어떤 도움을 요청하시는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분께서 이틀 후 내게 또다시 연락을 하셨다.


"왜 저한테 답장 안 주세요? 저 무시하세요?"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다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앞으로 앞뒤 안 가리고 내게 예의 없이 부탁 혹은 연락을 하는 사람은 과감히 무시하자고. 나의 상식선에서 벗어난 태도를 보이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말이다. 단지 내가 덴마크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이의 부탁을 들어주거나 만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또한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를 만나 항상 영감을 얻는 사람이다. 그래서 되도록 누군가 내게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자고 할 때마다 대부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만났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엔 영상통화를 통하여 상대를 돕곤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정보나 도움을 얻고 난 후 태도가 바뀌거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물론 반드시 나와 친구가 되어 좋은 인연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사람이 바뀌는 모습을 보며 상처가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살면서 과연 그런 적이 없을까? 나도 분명 그런 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답변을 받지 못했던 이메일을 보니 한 마디로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는 메일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부터 잘했어야 했네. 나도 그런 적이 분명 있었던 것 같아. 아니 있어. 나부터 변하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감사의 표시를 반드시 하고, 또 누군가에게 연락을 할 때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후 나의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상식에 어긋난 연락을 취한다면 가볍게 무시하겠다고 결심했다.


한 번은 어떤 학생에게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이 왔다.


"저는 XX대학교의 학생인데, 써니 님을 블로그에서 알게 되었고 직접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덴마크에 1월 초에서 중순쯤 갈 것 같아요. XX대학교 학생들의 영감이 되어주세요."


대체 1월 언제 온다는 것인지, 시간과 장소는 어디인지 등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내가 왜 그들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부과 설명도 없었고 상대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나를 인터뷰하고 싶은지 혹은 인터뷰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알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요청을 이메일이 아닌 DM으로 받았다는 것 때문인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짜고짜 본인의 연락처를 남기며 "저는 유럽 XX에 살아요. 카톡 주세요. "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에 지쳐 가다 보니 이제 이메일이나 DM 요청을 열어보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유명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이런 연락을 받는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어느 날 흥미로운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써니 님 안녕하세요!


저는 XXX에서 9/1일부터 1년 동안 인턴생활을 하게 된 XXX이라고 합니다 :)

XX에서 건축학과 5년을 다니고,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하여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그래도 교환학생이나 워홀러들이 있어서 정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덴마크는 정보를 찾기가 참 힘들더군요,, 써니 님 블로그 덕분에 참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의 연락을 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타지에 있는 한국인이니까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요?와 같은 문장으로 써니 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1년 동안 코펜하겐에 있으며 가끔이라도 한국어로 대화를 하며 이런저런 덴마크의 흥미로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턴 끝나고 정규로 전환해서 덴마크에 계속 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ㅎㅎ XX 사무실이 XX에서 XXXX으로 이사하게 되어, 저는 아마 그 근처 어딘가에 머무를 거 같습니다ㅎㅎ)


전혀 귀찮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며, 혹시 괜찮으시다면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유럽이라 그런지 날씨가 휙휙 바뀌는 거 같습니다.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XX 드림.



이메일을 보자마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새로운 좋은 인연이 생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바로 나는 저분께 연락을 해 만나기로 했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받은 아주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이메일이었다.


본인이 어디에 사는 누구이고 왜 덴마크에 오는지를 설명했고, 내가 나눈 정보에 대한 감사함도 표시했으며 왜 내게 연락을 했는지 뿐만 아니라 나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아주 잘 알았다.


저는 ‘타지에 있는 한국인이니까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요?’와 같은 문장으로 써니 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 말이 참 인상 깊었다. 그리고 내게 연락을 강요하지도 않았으며 동의를 얻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보니 이 분의 글 솜씨처럼 아주 성숙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 후로도 우리는 계속 서로 연락을 하고 내가 아는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 자주 만나진 않아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응원을 하며 지내고 있다.


아주 당연한 것 같지만 겪어보니 모두가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또한 살면서 미숙한 부분이 많아 누군가에게 연락할 때 놓친 부분이 분명 있었다는 것을 정말 깊이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과연 나는 저분처럼 진정성을 담고, 감사함을 표현하며 진심을 담아 정중하게 부탁을 했었던가? 그리고 혹시나 감사함을 망각한 채 살아가진 않았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무례하다고 느꼈던 사람들도 의도적으로 나를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또한 너무 날이 선 채로 누군가를 평가했던 것 같아 그 태도도 반성하게 되었다.


위의 이메일을 보내주신 분 덕분에 나는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고 나의 글쓰기를 되돌아보고 있다. 나는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정확하고 명확한 소통을 하고 있는가. 진정성을 담아 감사함을 표하고 있는가. 혹은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는 않는가 등을 말이다.


Y님은 내가 덴마크에서 그동안 만난 한국인 중 단연코 가장 인상 깊고 내게 큰 깨달음을 주신 분이다. 여전히 이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나 또한 감사함을 늘 숨기지 않고 표현하고 있다.


저에게 먼저 연락해 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인연으로 만나고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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