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결혼식에서 생긴 일

이 집안엔 분명히 한국인과의 '연' 이 있어!

by Sunny Choi 메덴코
삼촌도 한국인과 연애를 하고 있다고요?


짝꿍이 어느 날 할머니께 문자로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자랑을 했다. 그리고 할머니께, 저의 여자 친구는 한국 사람이라고 말을 하자마자 할머니가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이유는 바로 삼촌 한 분께서도 한국인 여성분과 교제하고 있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더욱더 놀라웠던 건, 이미 가족들이 알고 계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막내 삼촌 또 한 한국인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우리 둘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집안 한국사람하고 인연이 있나 봐.."

결코 흔하지 않은 조합임을 알고 있었기에 우리 둘은 신기해하며 웃었다.


라트비아 사람이지만 덴마크에서 유학 중에 나를 만난 짝꿍 그리고 라트비아 사람이지만 독일에서 자란 삼촌들은 독일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종종 보면 라트비아 여자와 한국 남자 커플은 볼 수 있었지만 그 반대로는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먼저 결혼할 줄 알았는데, 언니와(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서 나는 편하게 언니라고 부른다) 삼촌이 먼저 2017년도에 결혼을 하셨다. 신기한 건 삼촌네 커플과 우리는 연애도 비슷한 시기에 했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 집안은 정말 뭔가 한국인과 인연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날 찍었던 한복 사진을 찾았다.

삼촌 결혼식에서 생긴 에피소드


언니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기억나서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언니와 삼촌의 결혼식에 초대받아서 우리는 라트비아로 갔다. 라트비아에서 결혼식은 난생처음 가보는 것이라서 설레기도 했고 짝꿍의 친인척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라서 떨리고 겁도 났었다.


결혼식 전 날 다 같이 수도 리가 에어비앤비에서 자고 다음날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짝꿍차에 신부와 신랑의 한복이 있었다. 그리고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결혼식을 보기도 전에 세상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짝꿍이 '차 키'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온 가족이 결혼식장에서 차 키를 찾기 시작했다. 정말 혼돈의 카오스였다. 우리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짝꿍과 짝꿍의 부모님도 식장 근처를 모두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딜 가도 키가 보이지 않았고 결혼식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짝꿍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줄 몰라했고, 그날은 공휴일이었기도 했으며 한국처럼 빨리 일처리가 되지 않기에 다들 걱정하고 당황하던 차 그가 결국 선택했던 건..'창문 부시기'였다. 왜냐면 신랑 신부의 결혼식을 망칠 순 없으니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결혼식 2부가 될 때까지 그는 정신없이 나를 혼자 두고 떠돌아다녔고 그러다 갑자기 신부의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어머나! 차 키가 내 방에 있었네!"


그렇다. 나와 짝꿍은 신부 어머님 방에 잠시 들렀다가 짝꿍이 그만 의자에 키를 두고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키는 옷으로 가려져있었고 그 누구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 언니의 결혼식이었지만, 내게도 잊지 못할 날이었다. 정말 혼돈 그 자체 + 민폐였다. 원래 굉장히 Clumsy 한 짝꿍이지만.. 솔직히 이번 건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다.


그리고, 현재 언니와 삼촌은 독일에서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신다! 부럽고 또 부럽다! 우리도 언젠간 언니와 삼촌처럼 한 곳에서 정착하며 잘 살길 바란다.


결혼식 가던 차 안

울지마, 이 남자야.


남자 친구는 눈물이 정말 많다. 나도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그는 정말.. 정말.. 눈물이 많다. 평상시에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한번 감성적일 땐, 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 (그래서 더 사랑하기도 한다) 그는 삼촌의 결혼식장에 가는 길에도 운전을 하면서 갑자기 나를 바라보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고선 손을 잡더니 하는 말.


"우리도 빨리 결혼하자. 결혼하면 내가 더 잘할게.

너랑 결혼할 생각 하니까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만 같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바로 그날 일 것 같아"


그렇게 또 혼자 울보가 되어버린 짝꿍을 달래주고, 1박 2일 결혼식 일정이 끝나고 또 차 안에서 그가 울기 시작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울보가 되어버리는 나의 짝꿍이다. 그리고 그 진심이 고스란히 늘 전달되어, 고맙기도 하고 마음만은 여리고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를 느낀다.


요즘 그가 내게 자주 하는 말도 참 예쁘고 고맙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내가 조금 더 준비가 된 남자였더라면 우린 더 빨리 함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물론, 나만 그를 기다린 것은 아니었기에 괜찮다. 우리는 서로가 준비될 때까지를 기다려주는 중이다. 오직 남자만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전혀 없다. 저런 말을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짝꿍은 사랑스럽다. 그리고 더욱더 보고 싶어 지는 날이 되어버린다.


상상해본다.

서로 행복해서 눈물 흘리는 그 날을.


keyword
이전 06화엄마한테 배운 '진짜' 사랑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