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배운 '진짜' 사랑하는 법

우리 엄마는 로맨티시스트다.

by Sunny Choi 메덴코
딸, 네가 더 사랑해주면 되잖아


우리 엄마는 아마 이 이 대화를 기억 못 하실 수도 있겠다. 나로선 굉장히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어떤 고충을 털어놓았는데, 엄마는 의외로 너무나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나와 남자 친구와 4년을 가까이 연애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가족문제'였다. 의외로 엄청나게 보수적인 우리 부모님은 흔쾌히 외국인인 나의 짝꿍을 받아 들어주셨다. 그가 외국인이라고 싫어하시거나,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하지 않았고 그를 그냥 한 인격체, 자신들의 막내딸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라봐주셨다.


처음 한국에 인사를 드리려고 왔을 때, 난 사실 조금 무서웠다. 결혼 이야기를 부모님 앞에서 처음 정식으로 꺼내야 하는데 딸 부잣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내가, 엄마 아빠 눈엔 여전히 아기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짝꿍의 부모님이셨다.

두 분은 나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 집안 자체가 보수적인 것도 있었고, 언어의 장벽도 컸다. 그리고 내 남자 친구 부모님께서는 그가 외국인과 결혼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 적이 없으셨던 모양이었다. 여러 가지로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나는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서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는데, 자꾸만 엇나갔다. 이해가 안 가는 행동도 하신 적도 있었다. 그리고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인종차별 아니냐고!

내가 왜 싫은 건데 왜! 너무 하잖아 솔직히.."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으니, 남자 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이 밉기까지 했다. 막내로 태어나서 그런지 가족들의 예쁨을 많이 받고 자랐다. 그래서 당연히 결혼을 하게 돼도, 시댁이 될 곳에서도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했다. (너무 당연하게) 그리고, 다른 국제커플들을 보며 시댁과 또는 예비 시댁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부럽고, 나도 예쁨 받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고.. 그래서 질투도 많이 났던 것 같다.


그리고 그에게 그의 집안 환경과 자라온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면서, 나는 더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내가 맞춰야 할 것들이 참 많구나. 우린 너무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랐구나. 그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나누어줄 수 없구나. 나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생각에 혼란의 연속이었고 자꾸만 가족들과 엇갈리면서 결국엔 불편해지기까지 했다. 그래 봤자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로 가끔 아니 자주 결혼을 하면 안 되겠단 생각도 했었다.


사랑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연애 고민을 말하면 왠지 엄마 또 한 이 결혼을 반대할 것만 같았다. 아니면 이 만남 그 자체를 안 좋게 보실까 봐 걱정을 했었다.


엄마, 짝꿍네 엄마가 너무 차갑고 날 싫어하신다? 내가 잘하려고 하는데도 자꾸 거리를 두고.. 어쩌고 저쩌고


라고 말했을 경우 내가 예상했던 반응은 사실 이거였다.



예상 답변:


"다시 한번 그 사람과의 연애를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니? 또는 헤어지는 게 낫겠구나"


대략 이런 반응일 줄 알았다. 친구들과 같이 말씀하실 줄 알았다. 결혼은 가족과 가족관의 관계도 포함이라며 엄마가 나를 다그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엄마가 내게 하신 답변:

"엄마는 걔네 엄마 이해가 가는데? 아마 더 시간이 필요할 거야. 견딜 수 있겠어? 엄마는 네가 한국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항상 해왔거든. 너는 오랜 시간 동안 해외에 살았고, 한국에 어쩌면 영영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도 했었어. 그리고 너 짝꿍은 조금의 한국어라도 할 줄 알잖아. 그렇다 보니까 엄마 아빠도 조금 편한 것도 있어. 너도 라트비아어 빨리 더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도 네가 라트비아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 놀랐어. 그 나라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고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하니.. 부모로서 얼마나 놀랐겠어? 엄마는 그래도 너를 잘 알고, 네가 늘 잘해왔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않았을걸 알았어서 기다린 것뿐이야. 근데 걔네 엄마도 한국이 어디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아들이, 유학 중에 결혼을 한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엄마들 마음은 그래. 아들을 두었던, 딸을 두었든 간에.

그리고 그 나라 문화 자체가 조금 더 보수적이고 차갑다며. 너도 익숙해져야지. 사랑한다며 남자 친구를, 그리고 집안 환경과 그런 문제들은 사랑하면 감수해야 하는 거야. 딸, 너는 그 친구보다 사랑을 많이 받아봐서 알잖아.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네가 사랑을 나누어주면 되는 거야.

꼭 네가 더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고. 사랑을 네가 조금 더 주면 되지. 상대방의 가족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거고, 너무 갑작스레 너네가 결혼 이야기를 하니 당황하고 오해했을 수도 있잖아. 우리가 더 너의 짝꿍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자. 그럼 걔도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될 거야. 아픈 것도 나눌 줄 알고, 감싸줄 줄도 알아야지. 꼭 그 사람의 과거나 좋지 않았던 배경 때문에 결혼이 고민되었다면, 그건 어떤 마음인지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진짜 사랑한다면 다 감수할 수도 있어야 해.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내가 이렇게 생생하게 말 한토시 빼먹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엄마가 너무 멋져 보였고 엄마가 내게 처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셔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보수적인 부모님을 두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면도 있는 반면에 우리 부모님은 꽤나 로맨티시스트셨다. 사랑을 하면 많은 것들이 가능해지고, 아픔과 고민까지 함께 안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끝으로, 가끔 내 브런치를 들어와서 읽고 계시는 엄마와 아빠가 이 글을 보신다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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