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그저 종이 한 장 차이

한국사람 같은 라트비아 남자

by Sunny Choi 메덴코
응답하라 1988
세상에서 제일 좋은 드라마 같아
출처: tvn


짝꿍이 자주 하는 말이다. 한국 드라마를 함께 봐 온지도 어느덧 4년 차, 그의 가장 좋아하는 최애 드라마는 바로 '응답하라 1988'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아버지가 이상해'라는 가족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괜찮아 사랑이야 등등..


그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응팔이 너의 최애냐고. 심지어 왜 본 거 또 보면서 자꾸 우냐고, 나도 울지 않는데.


"한국사람들 참 열심히 살아온 거 같아. 그리고 왜 네가 정이 많은지 알겠어. 한국 사람들 특유의 그 따뜻함이 나는 너무 좋아. 내가 이 시절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궁금해"


나보다도 더 깊게 이 드라마를 이해하는 이 사람은, 외국인이다. 그것도 나를 만나기 전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북한과 남한이 다르다는 거 빼곤 무지했던 사람. 심지어 관심조차 없던 나라를, 나라는 사람을 만나며 한국에 대해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고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가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족은

‘고경표' 배우가 역할은 맡은 집안이었다.

그 집 장면만 나왔다 하면 눈물 흘리는 그였다.

뭔지 그냥 설명할 수 없지만 찡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어남류' 파였다.

그래서 결말에 너무나 속상해했던 짝꿍.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짝꿍


그를 오랫동안 만나면서, 참 많은 시간 동안 나보다 더 한국인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어쩌면 한국인스럽다기보다 동양적인 면이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서양인에 대한 나의 편견이었을 수도 있다.


나와 교제하면서 한국어를 정말 급속도로 배우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정식으로 교육받은 적은 없지만, 드라마 그리고 나와 대화를 통해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지금은 거의 50퍼센트는 한국어로 대화를 할 정도로 잘한다. 그가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2가지이다.


첫 번째로 나를 더 이해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문화와 언어를 알아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를 조금 더 깊게 알려면, 인도도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인도를 사랑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나의 가족들과 조금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 라고 했다. 우리 부모님은 그를 정말 예뻐하시고 그 또한 그걸 알기에, 감사해한다. 언니들네 가족과도 이야기를 더 하고 싶고 나의 조카들에게도 그냥 외국인 이모부가 아닌, 재미있는 이모부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는 롱디를 하더라도, 꼭 설날과 추석마다 한국에 부모님께 인사를 하러 오고 함께 차례도 지낸다. (그래서 아빠가 엄청 예뻐하신다)


가끔 그는 나도 취하지 않는, 속된 말로 국뽕(?)에 취한다. 마치 본인이 한국인인 것처럼,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관련된 것을 나보다 더 관심을 가진다.

쉰 김치를 나보다 더 잘 먹고, 순대를 사랑한다.

도미노보단 피자스쿨을, 맥도널드보단 롯데리아를 사랑한다. 그리고 지나가다 한국 사람을 만나면 혼자 반가워한다. (물론, 낯을 많이 가려서 가서 인사는 못한다)



그리고 내가 물었다.

"내가 만약 한국 사람이 아니고,

일본 사람이었으면 일본을 사랑할 거야?"



당연하지! 일본 사람이면 일본을! 네가 중국 사람이었으면 난 중국어를 배웠을 거고 중국을 사랑했을 거야.


부모님을 위한 배려


처음 부모님 집에 왔을 때 일이다. 인사를 드리고, 식사도 하고 그 후에 이제 잘 시간이 되었는데.. 갑자기 짝꿍이 나보고 할머니 방에서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왜냐고 물어보니, 엄마 아빠가 불편 해하실 테니 존중해주자고 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보수적인 부모님이, 우리의 관계를 아무런 제지 없이 인정해주셨지만 그래도 우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고, 부모님네 집에서 마저 한 방을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각 방을 썼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와 아빠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젯밤 엄마 아빠를 배려해줘서 고마워.
너네 참 마음이 예쁘다.


그래서일까? 그 후에도 그의 행동들에 부모님은 참 예뻐하시고 감동하셨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럽고 더 예의 바르고 존중해주는 모습에 엄마는 내가 그와 잠시 헤어졌을 때도, 나를 설득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그래서 나도 반대로 그를 이해하려고, 그의 문화와 언어를 조금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면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그는 나 개인을 배려해주지 않을 땐 많으면서(솔직히) 단위가 가족으로 넘어오면 참 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더 좋았던 것도 있다. 온전히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국적은 그냥 국적일 뿐이구나 싶다.



우린 모두 똑같은 인간이니까.

어떤 인종, 어떤 국적을 가지고 있든 간에

결국엔 우리 모두 마음이 있다는 것을 연애를 하며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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