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안 싸우는 커플이 어딨어요

우린 사실 너무 싸워서 탈이었다.

by Sunny Choi 메덴코
이럴 거면 헤어져

나는 사실 해서는 안 될 말을 자주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는 여태 내게 두 번 했었다. 4년 차가 되니 정말 별의 별일이 다 있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사소한 걸로 싸우는가 하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싸우곤 했다.


"어머 써니, 글 읽어보니까 너무 달달하시던데.."


그래서 제가 지금 그 환상을 깨려고, 이렇게 솔직 담백한 싸움 에피소드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리 주변 사람들에겐 사실 너무나도 미안하고 늘 고마운 마음이다. 너무 자주 싸워서 우리의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고, 혼자 감정을 주체 못 하는 나를 달래주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그래서 연애상담은 들어줘도 소용이 없다는 이유를 아주 잘 알겠다.


(이 글을 빌어 진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어른스럽게 연애할게요)


대체 건강한 싸움이 뭐야?


사실 싸움을 건강하게 하면 훨씬 건강한 관계가 된다고 했다. 근데 대체 그놈의 건강한 싸움이 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덜 싸우게 되었다. 옛날엔 진짜.. 말도 못 할 만큼 싸웠고, 짝꿍에게 미안하지만 난 짝꿍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할 만큼 그가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았다. 물론 그도 나를 돌아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우리가 싸운 이유는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지만 보통 같은 이유로 반복해서 싸웠다. 그게 조금 문제였다. 왜 싸우는지 원인을 잘 알지 못하고 자꾸 본질이 흐려지면서 감정만 상했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대체 뭐 때문에 싸웠는지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랄까..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연애 초야 당연히 서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좋아 보일 수밖에. 시간이 흘러 콩깍지가 벗겨지고 본성이 보이고, 몰랐던 습관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충돌을 했던 것 같다. 나와는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란 서로가 모든 걸 한 번에 이해하긴 어려웠고 당연히 언어의 장벽도 존재했다. 신기한 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싸움의 횟수가 줄 고, 화해도 금방 하게 되었다. 사실 격하게 싸울 땐 거의 맨날 헤어지다시피 하지만 마음 깊은 한 구석에서 이미 둘 다 알 고 있다. 우린 못 헤어진다는 것을, 적어도 지금 당장은.


사람 일이야 모르는 것이니 우리가 정말 인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는 이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도 그렇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우리는 그런 신뢰가 있다.


합의점을 찾아가기


우리가 싸움이 잦은 이유는 바로, 둘 다 고집이 너. 무. 나. 도 세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나는 살면서 나보다 고집 센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가 나보다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느꼈고 그 또한 나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옛말이지만 앉으면 풀도 안 난다는 최 씨 고집에 곱슬머리를 장착한 나는 어릴 때 유난히 고집이 세서 아빠가 고집도 좀 버리고 자존심 좀 내려놓고 살라고 거의 매일 말씀하셨었다.


무엇보다 연애에 있어서 나는 정신연령이 어린것 같고 짝꿍은 나보다 연하에다가 이렇게 진지한 만남을 살면서 처음 해보았다고 한다. 그런 우리가 한 번 싸움이 나기 시작하면 이 세상이 끝날만큼 싸우곤 하는데, 예를 들어서 나랑 그 둘 다 싸우고 짐 싸고 집을 나가본 적도 있으며, 몇 날 며칠을 울고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가하면.. 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면, 잠수를 타기도 했다. 그리고 무조건 혼자 어딘가 숨어서 걷다가 오곤 했고 나는 이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수 천 번을 했던 것 같다. 모든 커플들이 겪은 현상인가(?) 싶다가도 굉장히 평화롭게 연애하고 결혼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았다.


어쨌든 그래도 함께 하고픈 우리의 솔루션은,


1.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가 나기 전에 대화하기

(혼자 참고 참다 터지지 말기)


2.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을 명확하게 서로 이야기해주기


3. 유선상 싸우게 될 경우, 차라리 각자의 시간을 가진 후 생각을 말하기 (막말 금지)


4. 싸워도 결국 우린 서로 사랑한다는 것 기억하기


5. 개발자, 마케터 커플답게 '포스트 모텀' 작성하기


6. 서로 언어, 문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기


7. 예민할 땐, 미리 예민하다고 말해주기

가 있다.


물론 사람인지라 늘 지켜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로 정말 많은 노력 끝에 싸움의 횟수가 나날이 줄어가고 금방 싸움이 그치는가 하면 장거리라는 유용한 아이가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더 느끼게 해 준다.


한 10년 사귀면 이제 안 싸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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