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만나는 게 뭐 어때서요?

우리 아빠도 뭐라 안 하시는데, 관심 좀 꺼주세요.

by Sunny Choi 메덴코
말 좀 해봐. 어려서 사리분별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아빠는 내가 너무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걱정하시고 싫어하신다. 나를 너무 들어내며 살지 말라고 늘 신신당부하셨다. 하지만 오늘은 무엇이라도 맞서 싸우고 싶은(?) 충돌이 드는 날이라 조금은 예민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왔다.


가까운 친인척분께서 나를 좀 잘 타일러보라고 했다고 한다. 너무 오냐오냐 하며 커 온 딸이라 그런 건지 이기적인 것 같다고. 가족들 생각을 좀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해외생활 오래 하더니 공부도 자기 멋대로 하고, 취업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심지어 연애도 살면서 들어보지도 못한 국가의 남자랑 결혼을 하겠다고 저러고 있다니.. 나한테 직접적으로 말은 못 하시면서, 은근히 나에게 전달하라는 듯이 말을 은연중에 종종 남기고 가셨던 분의 말에 의하면 이랬다고 한다.


"아니.. 나는 가족이 말이 통했으면 좋겠다니까?

문화가 예의 질서를 지킬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야. 가족이 되려면 정서적으로도 맞아야 하는데.. 내 아랫사람으로 외국인이 들어온다니 뭔 놈의 가정이 이래? 더군다나 영어권 국가 사람도 아니고 대체 왜 만나는 거야? 그리고 나중에 2세들은 어떡하라고?"


듣고 처음엔 화가 났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인지 따지고 싶었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사이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위하는 척 말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그리고 한 숨 쉬고 다시 생각하니 저렇게 꽉 막혀 사는 사람인지라 다들 불편해하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고, 어른이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라는 것 또 한 다시 한번 느꼈다.


그때 아빠가 한 마디 했다.

"본인이나 행실 똑바로 하며 살라 그래라"


그렇다. 우리 아빠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는 가족이 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본인이 뭐라고 맞다 틀 리다를 논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전혀 개방적이지 않다. 정말 보수적인 집안이다. 아들을 낳기 위해 늦둥이로 나를 낳으셨고 지금도 '대'가 끊겼다는 말을 하는 집안이다. 설명하면 너무나도 길지만 대략적으로 우리 집에서 매년 지내는 제사와 차례는 10번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 아빠가 평범하게 자라온 언니 둘과는 달리 유난히 남다른 행동을 하는 막내딸에겐 항상 져주셨다.


자꾸 가족 중 누군가가 나의 연애와 결혼에 관하여 부정적으로 언급할 때마다 엄마 아빠는 이렇게 대응하셨다.


그 자식 조선시대에서 왔냐? 사랑에 국경이 어딨냐? 우리가 괜찮다는데 지들이 난리야


이런 모든 것들을 아는 짝꿍을 배려해 그가 한국에 올 때마다 저런 류(?)의 가족 또는 친척들이 집에 못 오도록 엄마 아빠가 막아주셨다. 그리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며 내게도 말씀해주신다. 그들의 색안경은 그들의 자유이니 말이다.


서로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깟 국적이, 인종이 문제냐며 서로 존중하며 책임만 지면서 사랑하라며 연애를 하다 보면 헤어질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는 법이라고 우리가 한 번 크게 헤어졌을 때도 그리고 다시 만난다고 했을 때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아 주셨다. 그저 아빠는 신중하게 선택하길 바란다며 나를 지지해주셨다. 내가 한국인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건, 외국인을 만나 결혼을 하건 간에 부모님에게 중요한 건 나의 행복이었다.


아무리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집안일지라도 부모님에게 가장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은 자식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라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느낀다.


내 인생,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산다면 충분히 내 멋대로 살아도 된다. 연애, 결혼에서 뿐 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 내 멋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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