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버스를 타고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 밤새도록 우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한 여자가 내게 다가와 휴지를 건넸다. 그리곤 나를 안아주며 사실 아까 남자 친구인지 남편인지 모를 남자랑 인사하는 걸 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냐며 도움이 필요하냐며 내게 말을 걸었다.
바야흐로 2016년, 짝꿍과 롱디를 끝내려고 한국에서 모든 걸 접고 무작정 용감히 덴마크로 떠나게 되었다. 덴마크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런던, 폴란드, 모스크바, 프랑크푸르트 등 여러 국가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짝꿍이네 친가 대부분이 독일에서 살고 계셔서 인사도 드릴 겸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갔다. 며칠은 할머니네 댁에서 시간을 보내고, 체코 접경지역인 독일 어느 작은 도시에 막내 삼촌과 고모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한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버스를 타고 베를린에 이동 후, 그곳에서 다시 버스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짐도 많고, 비행기 값이 비싸서 버스를 택했다)
베를린에 도착하고, 버스를 타려던 순간 깨달았다.
우린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스펙터클한 우리의 연애
나 지갑이 없어... 어떡하지?
거짓말이길 바랐다.
제. 발. 거. 짓. 말. 이. 라. 고. 해. 줘
그랬다. 베를린으로 넘어오는 버스에 그는 지갑을 두고 내렸다. 그리고 그 안에 EU 신분증이 들어있었다. (EU 국가들은 여권이 없어도, 신분증만으로 국경을 오고 갈 수 있다)
역시나 그는 여권은 챙겨 오지 않았던 터라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럼 우리는 어떻게 돌아가야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갑을 다시 될찾을 방법을 모색하다 결국 버스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이제 겨우 본 짝꿍을 두고 혼자 먼저 덴마크에 돌아갈 수 없다고 했지만, 그는 내게 먼저 집에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싫다고 우기는데, 그는 나를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내일 꼭 내가 대사관 가서 임시 여권 받고 바로 갈게! 제발 먼저 가 응?"
사실 아직도 굳이 그렇게 나한테 먼저 가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미 비싸게 주고 산 티겟을 모두 버리기엔 우리는 그때 너무나도 가난한 어린 커플이기에 이해는 간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생이별. 먼저 나는 심카드가 없어서 전화는 먹통 상태였고 밤 11시에 혼자 야간 버스를 타고 덴마크에 돌아가는 것이 어찌나 서럽던지. 그리고 그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자고 집에 돌아오려는지 걱정에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버스에 올랐고, 짝꿍은 미안해하며 손을 흔들었다. 사실 며칠 후면 볼 텐데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놈의 티켓 얼마나 한다고! 우리 진짜 너무 불쌍해..) 밤새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잠은 한숨도 못 자고 꺽꺽 거리며 우는 내게 한 여자가 다가왔고 휴지를 건넸다.
그 친구는 헝가리에서 온 친구고 덴마크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나와 남자 친구가 다투고 울고 하는 모습을 먼저 버스 안에서 계속 지켜보았다며, 괜찮냐고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말문이 터져서 현 상황을 모두 털어놓기 시작하였고 그 친구는 내가 너무나도 속상하겠다며 토닥여주었고, 덴마크에 도착하였을 때 짐이 많은 나를 도와주곤 떠났다.
그렇게 혼자 40kg의 짐을 끌고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짐이 많아서 내가 화가 난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서로 경황이 없다 보니, 버스에 이미 짐을 다 실어놓고 그 많은 걸 내가 책임져야 했다. 그렇게 홀로 텅 빈 집에 오자마자 그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그는 베를린에 살고 있는 친척집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대사관에 가 임시 여권을 받고 덴마크에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재회한 우리는 돈 많이 벌어서 그깟 티켓쯤 아깝지 않게 살자고. 다신 생이별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날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이 아닌 것 같지만 그 당시엔 그게 얼마나 서럽고 슬프던지. 100유로가 아까웠던, 가난했던 장거리 커플. 사실 베를린에서의 생이별 말고도 우리는 별로 없을만한(?) 풍파를 함께 겪으며 성장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하루 정도의 생이별쯤이야 이젠 괜찮은 노련한 커플이 된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