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창문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던 그 날

by Sunny Choi 메덴코
그냥 말하고 문 밖으로 나가자.
여기 3층 높이라고!
너 뛰어내리면 크게 다친다니까?


한국에 계신 부모님보다 더 엄하고 무서웠던(?) 나의 덴마크 인도인 가족.


인도와 연이 깊어 어딜 가도 한국인보다 인도인을 먼저 찾고, 인도인과 생활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나는 덴마크에서도 인도인 가족들과 함께 살았었다. 나보다 한 살이 더 많은 언니와 7살 많은 아저씨 부부는 내게 정말 가족 같은 사람들이었다. 내가 힘이 들 때면 항상 옆에 있어줬고, 모든 가족 행사에 나를 가족으로 소개했고 인도를 그리워하는 나의 향수병을 고쳐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단점 아닌 단점(?)은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것인데 특히 나를 동생처럼 생각하던 분들이라 내가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호구조사를 시작하셨다.


"그래서 어디 나라 사람이라고? 덴마크가 아니라 라트비아? 뭐하는 애야? 무슨 공부하는데?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들인데?"


만난 지 한 달도 안되었는데 마치 당장 결혼이라고 시킬 것 마냥 많은 질문을 했던 가족들. 그리고 짝꿍이 집에 한 번 인사를 하러 집에 왔을 때, 그는 우리 부모님을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아저씨는 덴마크에 조금 더 오래 사셨던 분이라 너그럽게 많은 것들을 이해해주시는 반면에 언니는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에서 쭉 자라다가 덴마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전형적인 인도인에, 이슬람교 신자이기에 나의 짝꿍이 집에 오는 걸 불편해했다.



하지만 아저씨가 내게 팁을 주셨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언니가 학교에 가니까 그때 집에 와서 놀다가 가도 돼!"


내게 귀띔을 해주셨고 그 시간에 맞춰서 처음 짝꿍이 집에 놀러 오게 되었는데, 갑자기 문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당황한 우리는 이제 어떡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 어차피 나는 내 방에 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문제는 그가 어떻게 집에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혼자 거실로 나갔고, 언니가 오늘은 수업이 캔슬돼서 집에 일찍 왔다고 했고 역시나 집순이인 언니는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방은 거실과 바로 연결되어있어서 몰래 나갈 수가 없는 구조였다. 나는 그냥 솔직하게 이실직고하고 나가자고 짝꿍에게 말했지만, 그는 나와 언니와의 관계가 걱정이 된다며 창문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3층 높이 창문으로 어떻게 나가겠다는 건지, 장난이라 생각하고 미쳤냐고 묻자 정말 할 수 있다고 하는 짝꿍.

겨우 찾은 건물 사진

결국 그는 정말 내 방 창문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뛰어내렸고, 심지어 아주 조용히 착지했다. 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땐 하도 콩깍지가 써져있어서 그저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동선수였던 사람이라 굉장히 유연하다고만 생각했다. 이 광경은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이런 사랑을 내가 하고 있다니.. 설레고 특별하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리고 묵묵히 웃으며 하트를 날리고 걸어가는 그를 보며, 당연히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르고 그가 말해주길 발바닥이 모두 새파랗게 멍이 들었으며 발목이 꽤나 오래 아팠다고.. 하지만 연애 초였기에 멋지게 보이기 위해 내게 말을 안 했었다고 한다.


짝꿍, 나를 위해서 또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


라고 그 후에 몇 번 물어봤었는데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당연하지, 100층이라도 뛰어내릴 수 있어.

근데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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