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연애를 배우면 안 되는 이유

4년 연애를 하며 알게 된 연애의 허와 실

by Sunny Choi 메덴코
연애할 때 다들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너는 왜 이렇게 로맨틱하지 못해?

나는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별해서 쓰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것들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누군가 그 표현을 혼동되어 쓸 때면 자꾸 마음에 거슬리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반드시 말하고 싶다. 내가 믿고 기대했던 연애는 모두 '틀렸다'라는 것을.


세상에 당연하게 없는데 그걸 알면서도 무언의 법칙 같은 또는 약속들이 참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남자가 여자를 더 사랑해야 행복하다는 믿음. 또는 남자는 여자에게 꽃을 사줘야 한다거나 드라마에 나오는 남주처럼 그런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있다는 그런 기대.


다른 면에서는 왜 남녀가 동등하지 못하냐고 투정 부리던 나였는데도 불구하고, 연애에 있어서 가끔 너무나도 당연하게 미디어 속 연애방식을 내게도 적용시키고 있었다. 특히나 외국인 친구들은 내게 항상 그런 질문을 했다. 한국 남자들은 정말 드라마처럼 스위트하고 매너가 좋냐고. 그럴 때마다 그건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야기라며 너희들이 아는 구준표는 이 세상에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놓고도 나도 새삼스레 상상 속 나의 왕자님을 기다렸던 건 아니었나 싶다.


부다페스트에서 싸웠던 기억이 새록 새록

연애도 평등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이런 영상을 보았다. 한 유명한 유투버 커플이었는데 남자 친구가 차를 태워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언제든 본인을 공주처럼 데려다주어야 하고, 데리러 와야 했다. 조금만 걸어도 불편하고 힘들다고 화를 내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상대의 남자 친구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 그녀를 공주처럼 대접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개인적인 연애사를 내가 사사건건 신경 쓸 일 없지만 보기 조금 불편했달까? 그래서 그 후로 절대 그들의 영상을 보지 않게 되었다. 마치 남자 친구를 본인의 기사처럼, 노예처럼 부리는 모습이 거북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이자 지인들을 만날 때 이런 주제가 나오면 나는 절대 다시 만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것 또 한 본인의 기준이자 희망사항이라 태클을 걸진 않았지만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들이 참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본인이 만나는 남자는 어느 정도의 재산과 수입 그리고 학벌이 요구되고 외모와 스타일 등 깐깐한 조건들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본인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비슷한 조건의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더 나은 사람을 갈망하는 것은 틀린 건 아니지만, 그전에 본인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나와 짝꿍의 평등한 연애


나는 이 전 연애부터 데이트를 할 때, 무조건 더치페이를 했다. 또는 상대방이 내게 밥을 한 번 사면 나도 똑같이 한 번 밥을 샀다. 이유는 사실 자존심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더 많이 낼 때도 많았다. 왜 항상 남자가 돈을 내야 하는지에 이해를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들이 내겐 되러 이상해 보였다. 이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남자가 돈 안내면, 걘 너한테 관심 없는 거야"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이 정도면 꽤나 양호한 조언이었다. 인도에 살 땐, 아무래도 인도는 남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너무 당연하게 모든 페이는 남자의 몫이었다. 설령 데이트가 아니라고 할지언정,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 됐다. 즉 남자의 자존심은 돈이었다. 그래서 인도에 살 때 내가 반박할 때마다 남녀 통틀어 모두 내게 남자의 자존심은 지켜주는 거라고 말하곤 했다.


짝꿍과 데이트를 하면서 아주 정확히 반반씩 데이트 비용을 냈다. 그리고 누군가 선물을 하면 똑같이 선물을 주었다. 절대적으로 한쪽이 더 많이 받거나 대접받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 결과적으로 짝꿍이 훨씬 많은 수입이 있어서 결국 6:4 정도로 바뀌었고 각자의 돈은 각자 알아서 쓰고 있다. 절대 한쪽이 많이 벌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물론 가끔 서프라이즈로 서로에게 큰 선물을 해주긴 한다. 예를 들면 첫 월급 받았을 때, 보너스가 생겼을 때 등)


왜 남자가 항상 데리러 와야 해? 내가 너 회사 데려다줄게! 끝나고 내가 데리러 갈게. 덴마크에서 항상 그의 일이 끝나면 데리러 회사에 갔다. 보고 싶으니까. 기다리기 힘드니까! 그리고 그게 뭐 어때서? 남자가 항상 여자를 데리러 오고 데리러 가야 하나?


예전엔 여자가 화가 나면 남자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고 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잘못된 틀린 사고방식이었다. 그게 맞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참 많이 싸웠다. 내가 화가 나서 집에 갔는데 따라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그가 나를 덜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도, 남자도 사람이란 것을. 화가 난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리고 그 이유가 타당하지 않으면 실상 무조건적으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남자라서 더 강해야 하고, 더 이해해야 하고 더 배려해야 한다는 이유가 없다는 것을 연애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꽃을 좋아하는데 그가 내게 꽃을 자주 사다 주지 않아 삐지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다. 그렇게 꽃이 좋으면 내가 사다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꼭 받아야만 행복한가?


우리만의 로맨스가 있잖아


그렇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 올라오는 그런 커플들의 일상, 생활 그리고 글귀들은 사실 아무 소용없다. 그것은 그들의 연애 방식 일뿐,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을 찾으면 된다. 연애는 글로 배우면 안 된다. 영상으로도 안된다.


한 번은 친구 커플과 만난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게 된 적이 있다. 똑같이 국제커플인데 저 커플은 뭔가 더 달달해 보이고 남자 친구가 내 짝꿍보다 더 로맨틱 해 보이는 것이었다. 살짝 부럽기도 하고 왜 나의 짝꿍은 저렇게 나에게 해주지 않는지 불만이 생겨서 결국 그날 싸움이 났다.


"걔는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행동하던데.."

라고 말하자, 내 짝꿍도 똑같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걔 여자 친구는 이렇게 대해주던데 남자 친구를?"

사실 굉장히 유치한 대화 같지만 이 안에 답이 있었다.


그건 그들만의 방식이고, 서로 그렇게 대해주었기에 더 좋은 커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연애 방식이 싫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건 우리 둘의 문제였다. 서로가 함께 고치고 발전해 나가야 할 문제지 남과 비교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 이런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고 절대 남과 비교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내 짝꿍이 내게 더 '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는 언제나 그것을 갈망하고 싸울 때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이번에도 나를 이기려고만 하면 진짜 끝이야!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우리 연애만의 더 큰 장점이 있기에 이렇게 오래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것을.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덜 사랑하고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4년 차 연애를 하며 확신했다. 무엇보다 서로의 존중, 서로의 공평한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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