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의견은 같았다. 결혼식이 왜 필요한 것인지, 그게 왜 설레는 일인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자라서 웨딩드레스에 대한 환상? 신기하게도 내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많은 이에게 축복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한국식 결혼'이 싫었던 것 같다.
반대로 나의 짝꿍은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가득 찬 사람이다. 정말 가까운 가족과 친구와의 스몰웨딩을 꿈꾸는 나와는 반대로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을 불러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나: "대체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친척,
주변 사람들을 불러야 하는데? 이건 우리의 결혼식 이잖아!"
짝꿍: "난 세상 사람들이 우리 결혼하는 거 알았으면 좋겠어. 인도 사람들처럼 진짜 한 일주일씩 결혼하고 싶어"
음, 어차피 우리는 지금 돈이 없다.
매번 비행기 값으로 돈을 써버려서 어차피 혼인신고 후에도 당장 결혼식을 올릴 수가 없다. 그래서 사실 어쩌면 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짝꿍이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예상하는 결혼식 비용은 생각 보다 어마어마했다. 한국에서 불러야 할 친구들과 가족들의 티켓 값만 해도 결혼식 비용보다 더 나올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도 이제 결혼식에 대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식을 안 올릴 수는 없으니, 돈을 천천히 모아서 소박하게 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역시나 한국에서의 결혼은 '절대'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다만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식 결혼이 싫은 이유
내게 결혼은, 결혼식과는 별개인데 자꾸만 다들 결혼과 결혼식을 동일시하는 것만 같다. 함께 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잘 먹고 잘 살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척들과 부모님의 친구분들을 나의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게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를 존중해주시고 공감 그리고 이해 주셨다)
참고로, 우리 집은 딸이 세명이고 부모님께 예전부터 한국에선 결혼식을 올리지 않을 테니 제 차례까지 결혼식을 다니실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동의해주셨다. 어쩌면 포인트는 사실 여기에 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러 가는 마음보다, 내가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하는 그런 행사 같은 행사랄까? 누군가는 결혼식은 본인들을 위한 행사가 아닌 부모님을 위한 행사라고도 칭했다. 어쩌면 그게 맞는 말 같아서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 15분에서 길어야 30분간 이어지는 결혼식을 보고, 밥 먹고 집에 오는 느낌이 너무나도 이상하다. 여태 많은 국가의 결혼식을 다녀봤지만 한국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결혼식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결혼식도 많다고 하지만 보통의 결혼식은 대부분 이런 느낌을 준다.
그래도 결혼은 하고 싶어
결혼식은 싫어도, 법적 부부는 하고 싶다는 것이 나의 소망. 뭔가 법적으로 나의 보호자이자 동반자가 생긴다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설렌달까? 반대로 짝꿍은 결혼식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걸어오는 나를 상상하는 것이 행복하다며 눈문을 흘린다. 이럴 땐 정말 누가 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가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하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복받으며 함께 결혼식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상상도 해본다.
일단 가난한 커플은, 돈부터 모아 보는 걸로 하고 어쩌면 결혼에 대한 나의 관점이 바뀔 수도 있으니..‘절대’라는 말은 취소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