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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un 15. 2019

눈 떠보니 인도네시아에 와 있다.

오늘부터 자카르타에 살게 되었습니다.

써니야, 한국 떠나는 거 실감 나?



친구들과 동료들이 내게 수 없이 물었던 질문에 대하여 이제야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호텔 방안에 누워 창 밖을 바라보니 갑자기 모든 것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인도 말고, 인도네시아



인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의아해했다. 내가 언젠간 인도에 돌아갈 건 알고 있었지만 생뚱맞게 이름만 비슷한 미지의 나라 '인도네시아'에 간다고 하니 다들 많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큰 언니는 내가 인도네시아가 아닌 인도에 갔다고 여전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정도로 인도는 내게, 나를 아는 내 주변인들에겐 익숙한 나라이지만 인도네시아는 또 다른 미지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출국 하루 전 모든 짐을 챙기고, 다음날 새벽인 오늘 부랴부랴 인천공항에 왔다. 아빠는 10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는 딸이 이젠 익숙하신지 짐만 내려주시고 떠나셨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은 다시 한번 내게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주었다. (공항을 자주 다니니 매번 신기한 에피소드가 많다)


체크인을 하던 와 중에 갑자기 캐리어 바퀴가 부서졌고, 기내 수화물이 너무 무겁다고 하여 위탁 수화물에 짐을 옮겨 넣다가 지퍼가 빠져버렸고 수습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랩핑을 하러 갔더니 내 순서가 되자마자 랩핑 기계가 고장 났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꼬인 상황이 당황스럽고 너무나도 익숙했다. 내게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이제는 나도 감당이 될 정도인 것만 같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20만 원을 주고 새로운 캐리어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출국 준비를 하면서 연락 못했던 지인들에게 통화를 걸었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친구이자 보고 싶은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가기 전에 액땜한 거야. 한국은 끝까지 너를 힘들게 하는 같아서 속상해.
이제 끝이다 끝! 가서 꼭 행복해라 써니야. 이제 꽃길만 걸을 거야! 그동안 한국에서 사느라 고생 많았어, 대견해




그 친구의 말이 옳았다.

그렇게 20만 원을 써버렸지만 그 후 모든 일들이 순조로웠다. 비행기 연착도 없었고, 난기류도 심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내 옆 자리가 모두 비어서 누워서 편하게 오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창가에 앉아 하늘도 바라보고 예쁜 무지개까지 보았다.


그렇게 이번엔 출장이 아닌 거주를 위한, 워킹비자를 받고 인도네시아에 오니 입국심사하는 곳 마저 일반 외국인과는 다른 라인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10개 손가락의 지문과 사진을 찍고, 새 출발의 의미인 캐리어를 들고 호텔에 왔다.




인도네시아 살이는 처음이라



호텔에 오자마자 일단 동료에게 부탁하여 Grab으로 음식을 시켰고, 기말고사 기간이라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현지 동료에게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문자를 하나 남겼다.



"내가 당분간 많이 귀찮게 할 수도 있을 텐데, 먼저 미안하고 고마워. 금방 적응해볼게!"



정말이지 새로운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꽤나 긴 적응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적어도 3개월은 흘러야 익숙해지고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서 어쩌면 내겐 인도네시아에 온 것 자체가 삶의 다른 도전이자 용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어차피 1년이라지만, 1년은 짧고 길다. 그리고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와 친해지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카르타'와 친해지기 위해 빨리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어떠한 노력을 할지는 사실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사 온 인도네시아 첫걸음이라는 책을 보며 빨리 언어를 습득하는 것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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