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Jun 22. 2019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명품 포스트잇

포스트잇 하나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아니, 글쎄 포스트잇 3개가 만원이라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남자 친구에게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성질을 냈다. 매일 밤마다 화가 난 상태로 집에 돌아와 통화를 한지 어느덧 일주일, 그는 오늘은 또 뭐가 나를 힘들게 했는지 묻기 시작했다.


한 주동안 이곳에 너무 많은 사건 그리고 사고가 있었다. 누군가 크게 벌려놓은 것들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이 일하고 집에 와서 기절하고 또 일하고 그렇게 반복한 5일이 지났다. 어느덧 처음 맞이하는 주말에 대한 기대도 없이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산더미처럼 쌓인 밀린 일을 주말 내내 기필코 끝내겠다고 마음먹고 오늘은 기분 좋게 금요일 밤을 보내려던 차 '포스트잇'이 나를 화나게 했다.


"인도에서도 살아봤으니, 인도네시아쯤이야"라고 말했으나 이 나라 만만치가 않다. 물론 내가 이곳에서의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알면 알수록 왠지 머리로 이해하긴 힘들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회사 비품 몇 가지를 사야 했는데 근무시간에 다녀오기엔 너무나도 바쁘고 느려서 혼자 퇴근하고 집에 가기 전 쇼핑을 하게 되었다. 고맙게도 동료 한 명이 같이 가자고 하여 함께 가게 되었는데, 포스트잇과 서류 봉투 및 화이트보드를 어디서 구매해야 하냐고 물으니 롯데 에비뉴 쇼핑몰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우리 둘은 함께 가게 되었다.



여긴 따로 문구점 같은 곳은 없어?
우리 꼭 백화점까지 가야 하는 거야?



인도네시아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신기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길거리에 상점이 정말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회사가 South Jakarta에 위치하여 가장 부촌이자 한국으로 치면 '강남' 또는 '여의도' 같은 지역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무실만 주변에 가득하다. 그래도 그렇지.. 문구점이 주변에 하나도 없다니..


그래서 문구점은 따로 없고 이렇게 쇼핑몰을 가거나 또는 서점(?)에 가야 한다고 했다. 물론 잘 찾으면 현지 학생들이 애용하는 곳이 있겠지만 퀄리티가 너무 나쁘니 그냥 쇼핑몰에서 구매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동료와 함께 가게 되었는데.. 세상에.. Made in Japan으로 진열되어있는 문구점과 비슷한 곳에서 포스트잇 가격을 확인해보니 작은 세 묶음이 무려 '만원'이었다. 회사 비품으로 사기엔, 한 장 한 장 몹시 아껴서 써야 할 것만 같은 저 포스트잇.. 이 정도면 포스트잇 계의 명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른 물건들을 하나하나 집을 때마다 경악했다.



"여기 왜 이렇게 다 비싼 거야? 그냥 중간 가격은 없어? 이렇게 비싼 포스트잇을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팔겠지 그렇겠지?!”


그러자, 현지 동료가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Sunny, Welcome to Indonesia!"


심지어 쇼핑몰에 있는 마트에서 조차 그 흔한 포스트잇을 팔지 않았고, 쇼핑몰엔 편의점이 없어서 결국 빈손 아니 정말 중요한 서류를 담을 파일만 비싸게 구매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파일은 10개 8천 원이지만 중요한 서류를 담아야 하니, 구매하기 충분히 가치가 있다지만.. 포스트잇은.. 흑) 그렇게, 나는 포스트잇 세 묶음에 만원에 대한 분노와 비품을 한 번에 구매하지 못한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짝꿍에게 털어놓았더니, 그는 인도네시아에 올 때 포스트잇 100개 사다 줄 테니까 진정하라고 했다.


*참고로, Gramdia라는 서점에 가면 평범한(?) 한국에서 쓰는 포스트잇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내가 잘못된 쇼핑몰에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쇼핑몰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피곤했던 일주일을 보낸 나는 그냥 오늘은 포기하겠다며 마음을 접었다. 한국에선 그냥 손쉽게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는 포스트잇을 사러 또 택시를 타고 다른 쇼핑몰에 가야 한다니.. 결국 나는 오늘은 우리 그냥 쉬자고 말하고 집에 돌아왔고, 또 다른 동료 한 명이 쇼핑몰에 볼 일이 있어서 간 김에 사다 준다고 하여 포스트잇 에피소드는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사준 원래 알던, 한국에서도 구매 가능한 포스트잇 가격을 보니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엔 사무용품은 비싼 걸로 이해하기로 하고 자카르타에서 나의 일주일이 지났다.


결론은 한국에서 누가 놀러 오거나 출장 올 때 사무용품을 꼭 사다 달라고 해야겠다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눈 떠보니 인도네시아에 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